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준 Jul 21. 2022

7월 21일

 불과 1년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남과 남이 만나 서로를 아껴줬다. 

 이 연애라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인데, 딱 하나 논리성을 띈다면 상호주의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식으면 이 연애는 마침표를 향해 다가가는 것 같다. 


 7월 20일. 어제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속 설렁탕을 샀던 그 날 같았다. 그녀가 연락을 아침, 자기가 퇴근할 때 해줬다. 연구실에서 일도 많았고 연락이 많아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고, 전화가 왔는데 난 그 전화를 받으면 안 됐었다. 

 이 운수 좋은 날의 말로는 이별, 그리고 척애다. 그 단호한 목소리를 잊지 못하겠다. 


 남과 남이 만나 서로를 아껴줬는데, 이제는 길에서 우연하게 만나면 인사 정도 나누자니 이건 남만도 못한 사이가 아닌가. 알지도 못했던 우리의 우연한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고, 이별의 필연은 우연의 탈을 쓰고 내 앞에 나타난 것 같다.


 그런데, 이 불운과 필연의 시작점은 분명 나다.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이런 사람을 찾지 못할 정도로 착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나는 얼마나 모질었던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지치긴 쉽지 않다. 특히, 이런 정겨운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 어려운 걸 난 해냈나 부다. 내 의지는 아니었으나


 이제 어떻게 생활해야할 지 모르겠다. 인생 이유의 5할. 힘들때 묵묵히 응원해준 사람이 떠나니 난 어떻게 해야할까. 정리가 되질 않는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가슴을 후벼파고, 보이지 않는 둔턱함이 머리를 때린다. 유예되지 않는 슬픔은 그저 우리가 기간제 베프였나 생각만 들게 한다. 


 다시 돌아와, 연애의 단 하나 ‘상호주의’ 속에서 난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다. 이 관계의 회복을 가져올 아무런 권리도 능력도 없다. 


 그냥.. 척애 속에서 영원히 지금처럼 꽃다운 미소를 품은 그녀가 지금처럼 맛있는 거 먹고,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 속에 있길 기도할 수 밖에 없다. 


잘가 

작가의 이전글 철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