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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 케인 Apr 28. 2021

교육은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나?

모든 동물에게 있어 교육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교육은 동물이 생명주기 동안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생존 양식일 뿐이며,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각 생물체가 생존 주기 대비 다르게 지니고 있는 성장기이다. 예컨대, 개의 성장기는 2년이고 자연 수명은 15년, 고양이의 성장기는 1년이고 자연수명은 12년, 인간의 성장기는 25년이고(https://www.bbc.com/news/magazine-24173194) 자연수명은 38년이다.(http://m.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23737.html)

생존 주기 대비 성장기가 짧을수록 교육의 역할은 줄어들기 마련이며, 대신 DNA에 새겨진 본능의 역할이 늘어난다. 직관적으로도 개는 고양이보다 자연수명 대비 성장기가 길고, 사회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비교를 통해 보면 인간이 얼마나 특징적인 성장기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인간은 자연수명의 65%를 성장기로 보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생존 양식이라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는 표현은 단순히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생물 개체는 성장기를 지나고 나면 성장기 동안 받았던 교육을 머릿속에 고정시켜 버린다. 사고의 고착화인 것이다. 이때부터 생물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패턴화하고 반복하는 형태로 변화한다.(https://www.fastcompany.com/3045424/what-it-takes-to-change-your-brains-patterns-after-age-25)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탐구하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기억하고 전달하는 데 특화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인간은 25세까지 배우고, 그 지식과 가치관으로 38세까지 살도록 설계된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생물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DNA는 과거와 변한 것 없음에도 수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현재 인간의 평균수명은 80세에 달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덕분에 본래 인간의 수명에서 성장기의 비중은 65%에 달했으나, 수명의 연장으로 인하여 인간의 성장기 비중은 전체 수명의 3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의 성장기는 연장되지 않은 채 수명만 늘어난 결과, 과거의 지식과 가치관을 가지고서 살아가는 인간의 비중도 높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수명의 연장과 세대 간 인식의 차이는 필연적인 것이며,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국가일수록 이런 차이에 의한 갈등은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먼저 교육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생존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그 생존의 영역이 원시적으로는 개개인의 생명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인간의 삶이 고도화됨에 따라 생존은 사회와 국가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즉, 교육은 이제 개인의 생존 양식에서 사회와 국가의 생존 양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가진 가치관은 사회와 국가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세대갈등이란 사회와 국가가 추구하던 가치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이 변하지 않거나, 또는 그 가치라는 것이 애초에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없도록 아주 유연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사회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이 불변하여야 한다면 사회와 국가는 조금의 변수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생각은 존재해서는 안되며 모든 지식은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야 한다. 즉 돌연변이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상태는 모든 것이 통제되어야 하기에 오히려 취약한 상태이다. 모든 오염물을 제거한 멸균실이 외부 조건에 가장 취약한 상태인 것과 같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반면 사회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유연한 상태로 존재한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모든 것을 사유할 자유가 주어진다면 오히려 모든 위험을 대비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모든 것을 더욱 객관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적당한 오염물에 노출된 아이가 오히려 건강한 면역력을 갖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현시대에 점차 늘어나는 세대 간 충돌은 수명에 비해 늘어나지 않은 성장기라는 생물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의 역할은 특정한 가치에 기반한 진리를 설파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사유에 자유를 부여하고 사람들에게 세상에 고정된 진리란 없다는 진리를 깨우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고정된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교육받은 인간은 그 사고의 개방성 덕분에 사고 패턴이 고정된 25세 이후에도 확증편향의 늪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만일 교육이 이러한 사고적 자유의 길에서 벗어나 손쉽게 진리라는 지적 사기에 계속해서 손을 뻗친다면, 진리는 매 시기 얼굴을 바꾸며 나타나 사람들을 현혹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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