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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혜 Dec 06. 2024

조그만 소설 모임이 시작됐다

독서 모임도, 글쓰기 모임도 희귀한 제주에서, 그것도 우리 동네에서, 마치 내가 관심 있다는 걸 온 우주가 도와주기라도 한 듯 시작된 소설 쓰기 모임, 파랑글방이 이번주에 파랑책방에서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모임에 갔다. 제발 오전 모임 만들어 주세요, 라며 온/오프라인으로 애걸한 보람이 있게 즐거웠다. 6명의 오프라인 글벗이 생겼다.


파랑글방은 클래스가 아닌 모임이라는 책방지기님의 설명이 와닿았다. 모임에 참여하는 일곱 명 모두가 서로의 선생님이 되고 동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파랑글방은 2주에 한 번씩 모이고, 모임 1주 전까지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소설 작법 이론서를 2챕터 읽고, 김승옥문학상 작품집의 소설을 1편 읽고 질문거리를 3가지 생각해 오고, 자기의 소설도 써와야 한다.  


나를 포함해 다들 1년 동안 단편소설 1편만 완성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책방지기님의 계획을 들어보니 1년 동안 단편소설 여러 편을 쓰게 될 것 같다. 생각보다 쉽지 않고 빡셀 것 같은 느낌이 왔는데, 그만큼 뭔가 제대로 공부하고 쓰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좋았다.


첫 모임에서 가장 재밌었던 건 소설 첫 문장 이어쓰기였다.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소설 4편의 첫 문장을 각각 가져와, 그 뒷 이야기를 짧게 써 보라고 했다. 하얀 여백이 막막하기만 했던 첫 마음과 달리,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저마다 매력적인 이야기를 지어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많이 어렵지 않았다. 잘 쓰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면,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냥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내가 쓸 수 있는 걸 쓴다면, 그 자체로 창작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다음 주까지 '이별' 이라는 상황을 주제로 A4 1쪽짜리 초단편소설을 써야 한다. 어떤 이별을 주제로 할까. 내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만들어질지 설레는 순간들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내려놓고, 이야기를 짓는 일을 즐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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