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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Nov 09. 2023

일하기 싫었던 젊은 날의 나

왜 전업맘이 되었나요 _ 그 첫 번째

누군가 왜 전업맘이 되기로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내 솔직한 대답은 '일하기 싫어서 그랬다' 일 것이다. 

나는 내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범대를 졸업했고 1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제대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지독히도 싫었던 고시 공부는 필기 시험이 끝나자마자 때려치웠다. 대학은 졸업했고 돈은 벌어야 했기에 학원에서 일하고 과외도 했다. 그러다 사립학교에 들어가 일하기도 했는데, 무슨 일이든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하질 못했다. 

젊은 날의 나는 완벽주의가 심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려 잠을 자지 못했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던 나는 조직의 부정적인 모습을 곱씹으며 도통 어디서든 뿌리내릴 줄을 몰랐다. 수업하는 나 자신은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싫어했다. 1년이 멀다하고 그만두면서 교사 체질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런 나를 보면서 한편으론 굳이 조직에 있을 필요가 있나, 나중에 돈이 궁하면 과외나 하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철딱서니가 없었다.

8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나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때쯤 일하던 학교가 이전을 하게 되면서 계속 일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교사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는데, 나는 당연하게도 그만두게 되었다. 

임신을 하고 입덧이 매우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있는 날들 속에서도, 임신을 핑계로 취업 전선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괜스레 편안해 하곤 했다. 내 일에 애정이 없던 나는 전업맘이냐, 워킹맘이냐를 굳이 선택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전업맘이었다. 

이렇게 일을 싫어하고 돈에도 그닥 관심이 없던 내가 엄마가 되고 몇 년 뒤, 그토록 일을 하고 싶어하고 돈을 벌고 싶어할 줄은, 그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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