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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Jan 22. 2024

주식 장사꾼 이야기

저는 주식을 하고 있긴 한데, 스스로를 투자자 보다는 장사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식 종목을 고르고 매수하는 건 마치 제가 도매시장에 가서 좋은 물건을 골라 사오는 것만 같습니다.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 품질이 좋은 물건을 골라요.


각각의 기업을 분석하면서 재무적으로 건전한지, 잘 팔리고 돈을 잘 벌어오는 기업인지 따져보는 과정이지요.




그런데 보통 좋은 거니까 가격이 비싸요.


하지만 원래 비싼 건데 싸게 사면 제가 팔 때 이익을 볼 확률이 높아집니다.  


좋은 걸 싸게 팔고 있는 게 없는지 살펴보는 게, 바로 차트를 보는 일입니다.


차트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각종 보조지표들을 확인하면서 지금 저점에 있는 종목인지 파악해요.


저는 보통 주식 매수를 할 때는 하루에 종목 200개를 보거든요.


그 200개 중에서 품질이 좋으면서 차트상 저점에 있어 싸게 살 수 있는 종목은 1~2개 종목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종목을 사와요.


그러고선 시장 끄트막에 돗자리를 펴고 앉습니다.


내가 도매시장에서 사온 귀하고 기특한 종목들을 내놓고 팔리기를 기다려요.


저의 예상 수익률은 10% 입니다.


제가 내놓은 종목들이 10% 의 이익을 남기고 다 팔리면, 저는 자리를 걷고 일어나 또 좋은 종목을 고르러 도매시장으로 향할 거예요.




주식시장의 좋은 점은,


장사꾼이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내가 산 종목 좀 봐주세요. 여기 싸고 좋은 종목이 있어요."


라며 외치지 않아도 돼요.


주식 장사꾼이 할 일은 내가 사와서 팔고 있는 이 물건의 가치를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나보다 한발 늦게 이 종목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와서 내 종목을 사가지요.




물론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가격이 너무 비싼가?' 하고 생각해요.


도매시장에 가서 같은 물건을 싼 값에 더 많이 사와서, 제가 파는 물건의 가격을 낮추는 작업을 합니다.


이게 바로 물타기예요.


저는 제가 산 종목의 시세가 10% 하락하면, 1차 물타기를 하고, 처음 가격에서 20%가 하락하면, 2차 물타기를 하고, 처음 가격에서 30%가 하락하면, 그때 또 3차 물타기를 합니다. 물타기를 할 땐, 샀던 수량의 2배를 사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만원짜리 종목을 10만원 어치 사왔습니다. 10개를 사온 거죠.


그런데 이게 안 팔리네요.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9천원에 팔고 있습니다.


내 것이 너무 비싸서 안 팔린다고 판단하고 시장에 가서 같은 물건을 9천원에 20개를 사옵니다. 18만원 어치를 더 사온거죠.


그럼 제 좌판엔 총 28만원 어치의 종목이 있고, 종목 1개당 가격은 9천 3백원으로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가격을 낮추고 다시 팔리기를 기다려요.


또 안 팔려서 보니까 이번엔 다들 이걸 8천원에 파는 거예요. 제가 처음에 샀던 가격의 20%가 떨어졌죠?


그러면 또 저는 시장에 가서 제가 가진 물량의 2배를 8천원에 삽니다. 즉, 60개를 8천원에 사는 거예요.


이러면 저는 이 종목을 90개 가지고 있게 되고, 이 종목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76만원이 되었으며, 종목 1개당 가격은 8천 400원으로 싸지게 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종목의 가치가 변하지 않은 상황일 때, 물타기를 통해서 가격만 낮추는 것이지요.


저는 이렇게 3번의 물타기까지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음 샀던 가격에서 30%까지 떨어졌다는 말인데요.


처음 살 때 이만큼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첫 매수를 해요.


그래서 첫 매수 금액이 크지 않습니다.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 어치만 사요.


위의 예에서 보셨겠지만, 물타기를 하면 그 종목에 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물타기를 할 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백만 원, 2백만 원씩 살 수가 없는 것이죠.




이렇게 물타기를 해서 결국 팔았냐고요?


네, 팔았습니다.


제가 파는 종목의 가치 (재무건전성, 매출성장, 영업이익성장) 는 변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물타기를 통해 가격을 낮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싸게 팔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면 팔렸어요.


팔고 나니 10%의 수익을 보았고, 오래 기다려도 6개월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투자가가 아닌 동네 장사꾼 이야기,


재밌으셨나요?


투자라고 하면 왠지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장사라고 생각하면 주식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쯤에서 어떻게 좋은 종목을 골라내고, 차트적으로도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 종목을 찾아낼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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