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a Nov 04. 2019

작은 영웅, 슬램덩크

슬램덩크

몇 개월 전, 무기력한 마음이 많이 들 때 만화방 쿠션에 몸을 파묻고 슬램덩크를 정독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하나의 아이콘이자 문화가 된 슬램덩크는 듣긴 들었지만 보지는 않았던 만화였다. 운 좋게도 슬램덩크 팬이 가까이에 있어 추천을 받기는 했었다.



슬램덩크는 청년 만화, 스포츠 만화답게 열정과 패기가 가득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팀에 대한 로망, 땀 흘리고 밤을 새워가며 함께 뭔가를 이루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어렸을 때 본 만화 원피스, 해리 포터,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남자의 자격 연예인 합창단 편, 그리고 그 밖에 수많은 만화책들은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 팀의 일원인 듯했으나 그렇지 않아 애타기도 하고, 시리즈가 끝날 때 즈음에는 나의 그 시절이 끝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한참을 아쉬워했다. 슬램덩크를 보는 동안은 팀의 6번째 선수가 되었으면 했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전심전력으로 뛴 후 느끼는 피 맛나는 숨 가쁨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았다.




농구 선수가 넣지 못하는 슛을 여름 내내 될 때까지 연습한다거나 작가가 꾸준히 정한 시간에 글을 써서 책을 정기적으로 발간해간다거나 하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준다. 한 가지 일에 꾸준히 전심전력하는 일은 두려운 마음을 줄 때가 있다. 실패를 미리 내다보기 때문이다. 또 게으르고 포기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낮은 기대치도 한 몫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이 일을 계속했을 때 어떻게 될까? 짐작할 수 없는 막연함과 나타나지 않은 후회에 대한 경계심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훈련으로 가능케 해내는 이들을 보면 어느새 동경과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어떤 면에서 강백호는 나의 작은 영웅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으며 성실한데 늘 유쾌하다. 소연이를 좋아해서 농구를 시작했던 빨간 까까머리는 어느 시점부터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내 농구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찾아오지만 이내 팀이 있어 같이 있는 동안 격려를 받거나 씩씩대고 낄낄대면서 경쟁을 하고 다시 앞으로 나간다.



나는 훈련에 대해 헌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강백호처럼 되지 않는 슛들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끔 자주 그가 어떤 모습으로 농구를 했나 떠올리게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훈련을 통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슛들을 성공하게 됐는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쉽게 잊어버린다. 내 마음은 여전히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슛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공을 들고 그물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는 영화 그리고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