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 이름 안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추석 연휴, 싱가포르에 출장을 왔다. 중요한 전시회가 있어서 관람을 하는게 주 목적.
싱가포르는 20년 전쯤 대학교 교수님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처음으로 방문하는 건데, 모두 놀러 해외 나갈 때 혼자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꽤 설레기도, 쉬지 못하는 연휴가 아쉽기도 했다.
밤에 도착을 해서, 다음날 바로 이어지는 일정때문에 3일을 내내 전시회장에 있다가, 전시회가 끝난 날 밤, 그래도 싱가포르 왔는데 야경을 구경해야 겠다 싶어서 리버크루즈를 탑승했다. 전시회장과 숙소만 왔다갔다 하다가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제대로 맡았다. 6시 40분 타임을 탔고, 가는 동안 어둑어둑해지더니 원하던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20년 만에 본 멀라이언 동상과 뒤에 펼쳐지는 빌딩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지난 3일동안 힘들었던 모든 일정들을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언젠가 소속이 사라진다면?
이번 출장을 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 있다. 바로 회사의 명함이다.
어느 부스를 가든지, 내 명찰을 보고서는 '너 000 다니는 구나!' 하면서 더 친절하게 대해줬다. 회사의 이름 하나가 나란 사람과는 상관없이 판단되고,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이번 출장에서 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내가 이 회사의 일원이라는 것이 좋기도 감사하기도 하면서, 회사의 명함이 없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순간들이었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에는 회사 안에서, 회사사람들하고만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모두 다른 소속의 사람들이 모여져 있는 곳을 가니 나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고, 회사의 이름이 먼저였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점에, 나는 어떤 사람,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까?
나는 어떤 소속으로 불리기 위해서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할까?
이번 출장 전시회를 보면서 얻게 된 것도 많았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나를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그런 시간이었다. 천천히 준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