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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희정 Aug 11. 2018

나는 지금 더블린시

집 구하기


달라진 주위 환경에 적응하느라 2주가 훌쩍 지나버린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시간이 흘렀음은 내가 이제 엔젤라와 곧 헤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홈스테이는 현지인과 함께 지내며 숙식을 제공받는 만큼 비싼 값을 지불해야 했기에 계약이 끝나는 일주일 후면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기로 다짐했던 터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짐을 직시했다.


 교통비가 비쌀뿐더러 교통편이 다소 불편한 더블린이었기에 '위치'는 집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더블린은 중심의 리피강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나뉜다. 남쪽은 짝수, 북쪽은 홀수, 그리고 시티센터에 가까울수록 낮은 번호가 붙는다. 그러므로 더블린 1, 2와 같은 곳은 차가 없는 유학생들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피해야 할 곳은 분명 있었다.  '마운트조이'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틈이 나는 대로 친구가 알려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하여 스크롤을 내렸다. 다양한 성격의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써 메시지를 보냈다.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익히 들었기에 대부분의 메시지는 예상한 것처럼(야속하게도) 간과되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길 수차례 드디어 그중 한 곳에서 답장이 왔다.

[If you want, you can come tmrw at 10am to view the flat]

(원한다면, 내일 오전 열 시에 집 보러 와도 돼)

뛸 듯이 기뻤다. 1층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엔젤라에게 내려가 기쁜 소식을 전했고 그녀는 꼼꼼히 이것저것 따져보라며 충고해주었다. 비 온 뒤 잠깐 갠 하늘에는 예쁜 쌍무지개가 걸려있었다.


그녀가 말해준 집 주소는 마운트조이였다. 버스를 타고 근처의 정류장에 내려 구글 맵스가 안내한 길을 따라 걷는 중 어디선가 생전 처음 맡아보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이 냄새는 도대체 뭘까'에만 집중하여 걷는 나를 누군가 불렀다.

"Hey!"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아이리쉬 특유의 대문 앞 계단에 다리를 벌리고 아무렇게나 앉아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모를 무언가를 뻐끔뻐끔 피워대며 나를 부른 그들은 나에게 이리와 보라며 낄낄 웃었다. '갱스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들은 머리 모양도, 옷차림도 그것과 꼭 일치했다. 다 찢어진 청바지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내려 속옷 브랜드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그중 홍일점으로 보이는 여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독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고, 가슴골이 깊게 파인 티셔츠는 그녀가 글래머임을 충분히 과시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무시가 상책이었다. 나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 걸었다. 그 거릴 걸으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심심찮게 맡을 수 있었던 그 냄새의 정체를 알 것만 같았다.

구글 맵스가 목적지라고 알려준 곳에 멈춰 섰다.  빨갛고 커다란 대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어쩌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올 때부터 나는 그 집에 가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는지도 모른다. 긴 곱슬머리의 여자가 나와 웃으며 날 반겼다. 입술은 양 옆으로 죽 찢어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동그랗게 뜨여 나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를 빠르게 스캔하고 있었다. 안내받은 집엔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나에게 처음 물은 말은 "Do you smoke?"였다. 처음 인사했던 곱슬머리의 여자가 거실과 화장실 침실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나는 화장실의 물을 틀어보지도, 집이나 그들에 관한 별다른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단지 내게 한 물음에 짧은 답을 해주고 서둘러 그 집을 빠져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돌아왔다. 속옷을 자랑하던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리를 가득 채운 대마초 냄새는 여전했다. 정류장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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