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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Jun 24. 2023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 책 제목으로 느껴지는 시대적 배경이 왠지 해방전후 한 아버지에 대한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이지 않을까 왠지 내용이 무거울 거라 지레 짐작하고 끌리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 올해의 책이기도 하고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도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책이 딱 내 눈앞에 꽂혀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번 읽어볼까 빌려왔다.   

역시 초반부터 재미가 없었다. 소설 속 등장 지역에 살고 있지만 왜 사투리가 이해가 안 되는지 초반에 사투리 때문에 반복해서 읽다 보니 내용이 계속 끊기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 읽을까 생각했지만 베스트셀러라는데 왜 나만 재미가 없는 걸까?? 역시 나는 독서 초보가구나..ㅠㅜ 우울해하며 리뷰 검색을 해보니 다들 재미있단다... 뭐지.... 그래서 좀만 더 읽어 보기로 했다. 아항.. 초반의 고비를 넘기니 쉴 새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속에 쌓여갔구나 뿌듯함이 들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아버지 지인들을 통해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과 마주하는 딸의 이야기로 우리는 대부분의 장례식은 하루만 가는 게 대부분인데 주인공 아린 아버지 장례식장의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 번만으로 끝내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마음..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을 통해 아리가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뒤늦게 이해하고 마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p.42. 사람이란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 아닌가...


p. 102. 사람이 오죽하면 그 러겠는냐, 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는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게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 사람은 그렇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p.104. 아버지가 대신 냈다던 택시비는 갚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글겄냐! 그것도 못 주는 한센 맴은 어죽 허겠어!! 오죽하기는 개뿔. 한 씨는 얼마 있다 홀로 된 딸을 위해 집을 팔았다. 그 집에서 한 씨가 십 년간 계속 사는 조건이었다. 딸에게 줄 돈은 있어도 아버지에게 갚을 택시비는 그 뒤로도 영원히 생기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머지는 몇 번이나 읍내와 광주를 쫓아다니며 사망보험금 처리를 대신해 주느라 바빴다.


p. 138  ---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아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p.143 검정고시에 미용사 자격증에 학교를 떠난 뒤로 아이는 제 앞가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학생보다 더 열심히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노란 머리만 보고 노는 아이라 함부로 판단한 게 미안했다. 고 봐라. 내가 뭐랬냐? 믿으랬제?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분명 그렇게 꾸짖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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