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쓰기 1] 한국일보 2025.06. 27.
T.P.O.에 맞는 수학 공부를 하라[생활 속, 수학의 정석]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
이제 곧 방학이다. 무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시기다. 여행 하루 전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들뜬 마음에 잠도 설친다. 드디어 출발 당일, 신나는 기분으로 차에 올랐는데 갑자기 아빠가 구구단 외우는 놀이를 하자는 핵폭탕을 던진다. 큰일 났다. 효자 효녀들은 '안 한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실망하시겠지'라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참여하지만 이때부터 즐거워야 할 여행길은 지옥길이 된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인데 어른들만 모른다. 언제 어디서든 짬짬이 수학 공부를 시키고 싶다는 과욕이 화근이다. 의도치 않았지만 아이들 수학 공부에 해를 끼치게 되는 소탐대실의 한 장면이다.
과욕 : 욕심이 지나침. 또는 그 욕심.
화근 : 재앙의 근원 / 이번 팀 개편은 나에게 엄청난 화근이 되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 :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 눈앞에 이익만을 생각하다 더 중요한 것 놓침
잠깐 생각해보자. 어른들이 쉽게 여기는 구구단이나 간단한 연산 등의 기본적 질문들에 아이가 오답을 말했을 경우 여행길 차 안의 분위기는 어떻게 변할까. 짐작대로다. 설레고 유쾌해야 할 공간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그 쉬운 질문을 틀렸으니 부모는 어이없어 화가 날 것이고, 그런 부모의 실망스러운 얼굴을 마주하는 아이는 어디로든 숨고 싶어 진다. 그 놀이(?)시간 내내 혹시라도 실수할까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형재나 자매 간에 의도치 않게 비교까지 당하게 되는 경우에 이르게 되면 부모에 대한 원망을 넘어 수학 자체가 증오스러워 진다.
이 부분이 특히 치명적이다. 수학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시키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 최악이다. 돌이키기 힘들다.
'T.P.O.에 맞게'라는 말이 있다. 패션(스타일링)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로 '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한다.' 는 뜻이다. 수학 공부에도 유효하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 공부를 해야 한다. 차 안에서의 구구단 외우기, 여행지에서 문제 풀기 등은 T.P.O.에 맞지 않는 억지 공부다. 운동장에서 밥을 먹고 식당에선 뛰어노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
언제 어디서든 수학 공부를 시켜보겠다는 얕은 욕심을 자제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와 환경에서 제대로 수학 공부를 할 수있도록 아이들을 이끌자. 여행길 구구단 외우기 강요는 '생활 속의 수학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의 수학 멀어지가'다. 꼭 명심하자. 수학이 멀어지고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수포자의 험난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김필립 (주)필립교육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