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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an 26. 2021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요일에는 글을 올리려고요.

(공휴일에는 쉽니다ㅎㅎ)

평소에는 무슨 일이 있거나 생각이 많을 때에만 브런치에 글을 올렸어요.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를 동시에 여러 개 쓰는 사람이면서도 정기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글을 쓰는 일은 자주 하지 못했습니다. 현생이 바쁘기도 하고 체력이 바닥이라 그렇기도 하고 뭘 써야 할지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달까요. 대단히 창의적이고 놀라운 내용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그런 이야기가 아니면 의미 없을 것 같은 이상한 혼자만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고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써서 몇 편 올렸을 당시의 저는 (... 아마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우울증이 심할 때였습니다. 지금도 물론 치료를 지속하고 있고 약도 챙겨먹고 있어요.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보다는 내일이 오는 게 덜 두렵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망쳐도 조금 덜 실망하고, 고통을 느끼는 순간에는 언제가 될 지 모르나 시간만 흘러준다면 이 아픔과 힘듦이 사그라들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괜찮아 지지 않았나요? 저는 최근의 제 마음 건강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우울감 속에서만 나오는 글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 때의 예민함과 날카로움과 비관이 굉장히 특별하게 여겨지기도 해요. 객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태를 평소의 모습으로 지니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사실 그런 문장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하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이미 올려버린 글들의 결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쓰기에 스스로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어떤 태도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봉합해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드문드문 결이 비슷한 글을 쓰게 되었을 때만 업로드를 했었죠. 


그런데 제가 오늘 직장동료에게 최근 제가 본 것들, 인상깊었던 것들을 주절주절 떠들면서 느낀 건데요. 우울함과 과거의 내 모습에 나를 가둘 필요가 없겠다는 것이었어요. 아주 흔한 이야기입니다만 (ㅎㅎ 그래서 작가명도 '클리셰'로 바꿨죠) 2018년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던 저와 지금의 저는 꽤나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노트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 또는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다가 '쓰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실천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신에게 마감을 안겨줘야 겠다. 뭐 그런 또 요즘 흔히 하는 생각 중의 하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별 것 없죠?


그런데 더 별 것 없는 부분은 바로 내용인데요. 그냥 일주일동안 제가 했던 무언가에 대해서 또는 하지 못한, 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해서 가볍게 정리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저 스스로를 어떤 유형으로 묶는 게 어려워요. 잘 모르겠거든요. 요즘 매체들을 둘러 보면 나이+직업+거주국 등을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많이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유가 있겠죠. 나이를 내세울 땐 평균적으로 조금 이르게 어떤 지점에 이르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일 테고, 직업을 보여줄 땐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직업의 세계를 중심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 테고, 거주국은 한국에 살고 있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다른 일상의 풍경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저의 나이, 직업, 취미, 거주국 등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나오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더 특별하고 더 대단하고 더 잘난 무언가를 만들려고 힘주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최대한 오래오래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보자고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은! 금요일마다 뭔가를 올려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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