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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Oct 30. 2021

텍스트 컨텐츠로도 유튜브만큼 돈 벌 수 있을까?

유튜브 보면서 답답한 사람은 저 뿐인가요?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있습니다. 투박한 표현이지만, '마음과 관련된 컨텐츠(음악, 예능, 게임 )’ '두뇌와 관련된 컨텐츠(교육, 뉴스, 인사이트 )' 구분된다고 보는데요.


전자인 '마음과 관련된 컨텐츠'는 유튜브의 '영상'이라는 포맷과 찰떡입니다. 예능이나 게임을 책으로 보거나, 팟캐스트 음성으로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영상이야말로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기에 가장 효과적인 컨텐츠죠.


그런데, '두뇌와 관련된 컨텐츠'는 좀 다릅니다.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매체는, '텍스트'입니다. 솔직히 정보/지식 전달은 영상과 핏이 잘 안 맞는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저는 평소 테슬라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자주 봅니다. 항상 갖는 불만은 자막/음성에서 말하는 바와 별 관련도 없는 영상 클립을 보고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자막/음성에서 "테슬라의 22년 생산량이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동안, 테슬라 자동차가 달리는 브랜드 영상이 나오는 겁니다. 솔직히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 방송사처럼 내용과 관련된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따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미디어 형태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관련없는 클립을 끼워넣는 거죠. 이런 영상을 보면 저는 항상 배속을 높여 1.25, 1.5배속으로 재생하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글로 읽으면 3분이면 될 내용을 20분 짜리 영상으로 보고 있어야 하니까요. 차라리 자막을 추출해서 읽고 싶은 심정입니다.

(사진 출처: 유튜브)


텍스트계의 유튜브는 언제쯤 나올까?


이런 "영상일 필요가 없는 영상"을 보면서 답답한 사람이 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럼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왜 사람들이 텍스트로 전달하는게 더 효율적인 내용을 왜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걸까요?


돈이 안되기 때문일 겁니다.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트래픽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어, 아직까지 유튜브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기 때문일 겁니다.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제가 쓰고 있는 브런치처럼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대체재들이 있지만, 트래픽이나 이를 이용한 수익의 규모는 유튜브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유튜브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입니다. 유튜브에서는 보고 싶은 영상을 클릭하면 자연스러운 UX로 시청자가 의무적으로 영상 광고를 시청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런 영상 광고를 시청하게 한다면 어떨까요? 매우 부자연스럽고 거부감이 들 겠죠.


배너 광고가 있지 않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상만큼,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효과적으로 이미지를 심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접속자들이 배너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죠. 무조건 5초는 봐야하는 유튜브 영상 광고와 비교하면, 배너는 광고주들에 인기가 없을만 합니다.


그래서 이런 텍스트 컨텐츠와 관련된 플랫폼들은 '광고' 대신 '구독'이란 비즈니스 모델에 많이들 뛰어들었죠. 한국에선 아마 '퍼블리'가 대표적일 겁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소비 트렌드나 산업 동향, 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경영 관련 컨텐츠를 다루는가 싶더니, 이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피보팅한 걸로 보입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위한 실무 학습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업무용 글쓰기, 회의 준비 방법 등 다양한 업무 스킬 강의를 밀고 있습니다.


이런 피보팅 의사결정 뒤에는, 결국 밥벌이와 직접 관련된 컨텐츠가 아니면 사람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판단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요.


퍼블리의 운영 방향성이 '디지털 텍스트 컨텐츠의 유료화'에서 '주니어 실무자들을 위한 실무 강의'로 바뀌어가면서, 굳이 텍스트라는 매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퍼블리 온에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탈잉, 클래스101과 유사한 영상 강의 플랫폼을 내놓기도 했죠.

최근 퍼블리에서 인기있는 컨텐츠. 주니어들을 위한 실무 강의가 대부분입니다 (사진 출처: 퍼블리)


이런 상황에서 최근 참신한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는게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와 카카오 뷰죠.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한국의 IT산업 양대 거인이 텍스트와 이미지 위주의 컨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을 내놓은 겁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텍스트/이미지에만 머무를 생각은 아니겠지만요)


두 서비스 모두 기존에 블로그, 뉴스레터,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각자 지식 컨텐츠를 만들어내던 크리에이터들을 한 데 끌어모아 큐레이션을 제공하는데요. 카카오 뷰는 채널에 브런치 글을 그대로 옮겨와 발행할 수 있는 연동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수익화할 방법이 요원했던 브런치 작가들에게 한 줌 희망을 열어주기도 했죠. 네이버는 정기 구독, 카카오는 광고 수익 분배라는 서로 다른 수익 모델을 추구한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방법에 상관없이 이런 시도 자체가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서비스가 성공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 답은, "둘다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입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는 오픈 초기 언론사들을 입점시켰으나 뜨뜻미지근한 구독자 반응으로 인해 수익 창출에 실패하면서 크리에이터인 언론사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카카오 뷰는 사용자들이 잘 이용하던 #탭 기능을 없애면서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얻었구요.

(사진 출처: ZDNET 코리아)
(사진 출처: 미디어오늘)


물론 두 서비스 모두 출시한 지 1년도 안된 지금 성패를 판단하기엔 좀 이릅니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 반응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개선해나가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런 텍스트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네이버나 카카오 주주여서 그런건 아니구요.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수많은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죠. 텍스트도 같은 방식으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더 많은 유용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텍스트를 통해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즐길 수 있게 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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