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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l 10. 2019

일간 크로스핏 : 안녕 나의 날두형

가장 바보같은 실수의 순간.

"아 몇개 했지?"

"아, 왜 또하지 "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 열,,,아,,,열개 였어,,,"


크로스핏을 하다보면 내가 바보가 되는 순간 튀어나오는 탄식을 몇개 적어봤다. 바보가 되는 이 순간들은 비록 짧은 찰나지만 정말 내가 싫어지고 원망스러워 지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과 순간을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들 한다. 크로스핏은 WOD는 주로 정해진 운동을 정해진 횟수만큼 채우는 반복운동으로 구성된다. 앞서 언급한바, 몸이 고생하지 않기위해서는 내가 몇개를 했는지는 물론, 정해진 횟수를 반듯이 기억해야한다.


"아... 몇개 했지?"


몇개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할때 주로 나는 0개 부터 다시 시작한다. 뭔가 임의로 갯수를 파악해 잔여 갯수를 채워 수행하면 그게 정해진 횟수보다 덜 한것이든, 더 한것이든 마음 한 켠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짜증나도,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누굴원망하겠는가? 다 내 업보지뭐...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다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해진 횟수를 까먹고 더 많은 갯수를 수행한 바보같은 나를 원망하고 탄식하며 끝낼뿐이라는 것이다.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 열,,,아,,,열개 였어,,,아오,,,"


크로스핏을 해오며 위 처럼 머리가 멍청해 몸이 고생하는 경험을 간간이 해오고있다. 근데 크로스핏을 할때만 저런 멍청이가 되면 문제가 없지만, 일상생활속에서도 저런 멍청한짓을 할때가 종종있다. 일상생활에서 하는 멍청한 짓은 크로스핏을 할때와 다르게 충격과 휴유증이 굉장히 크다. 더불어 스스로를 향한 원망의 정도도 크로스핏을 하다 저지르는 실수와도 비교불가다.


2002월드컵이 끝나고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해외로 진출을 시작했다. 2002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조금의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됐고, 해버지 지느님의 은총을 받아 해외축구를 영접할 수 있게됐다. 당시 우리집은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위성방송을 보지 않고 있던 터라, 해외축구 중계권이 있는 채널에서 제공하는 해외축구를 볼 수 없었다. 그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출 중계해주는 사이트를 찾아 자잘자잘 거리는 저화질로 해외축구를 시청했다.  자잘자잘거리며 끊기는 화면임에도 지느님과 영표형님의 기술과 감동은 분명하고 선명했으며 그런 그들의 축구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해가 지날 수록 활약이 커지는 만큼 그들이 내게 주는 감동도 커져갔고 그 커지는 감동만큼 해외 축구에 대한 애착도 더 깊어졌다.

전설의 시작

2005년 지느님이 네덜란드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최고의 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하면서 해축(해외 축구)의 관심과 인기 그 열기에 더불어 해축 시청의 환경은 차원이 달라졌다. 다양한 채널에서 시청자를 잡기위해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구매했고 그 덕에 국내 해외축구팬들이 집에서 더욱 쉽고 편안하게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이덕에 위성방송이 없는 나와 같은 해축팬들도 덩달아 티비 중계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중계해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과거보다 더욱 쉽고 편안하게 해축을 시청 할 수 있게됐다.


해축에 대한 좋아진 접근성만큼 해외에 있는 다양한 선수들과 다양한 팀을 향한 팬들이 증가했고, 특히 맨유에서 지느님과 함께 축구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우리나라 팬들이 '정'을 나누어주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큰 이슈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느님과 해축팬들은 지느님과 동료라는 명목으로 모든 맨유 선수들을 똑같이 애정하지는 않았다. 지느님과 같은 위치에서 주전자리를 경쟁하는 선수들을 향해서는 더욱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느님과 비교하며 비판 했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그들이 한국어를 몰라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수준의 악플도 등장했다. 그리고 그 비판과 악플의 주요 대상은 우리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하 날두형, 우리형, 호날두, 축신축두)였다.

콩나물두!

우리형 호날두가 우리나라 해축 팬들에게 비판과 악플을 먹었던 핵심 이유로는 지느님과 같은 위치에서 뛰는 선수라는 이유는 둘째치고 이기적인 경기 스타일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당시 콩나물 머리를 했던 어린 날두형은 지금과는 다르게 이기적이었고 그 이기심때문에 동료들에게 패스를 해 줄 수 있는 순간에도 혼자 공을 가지고 경기를 진행하며 혼자만 돋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 이기심만큼 정말로 환상적인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었지만 매번 그렇지는 못했다. 간혹 그 이기적인 과정에서 공을 빼앗겨 기회를 날리거나, 결과적으로 시간만 소비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럴때면 같은 위치에서 이타적인 경기를 하는 지느님과 비교되면서 비판과 악플을 먹었다.


남들과는 달랐다고 말하고 싶은 나는 정말 남들과 달랐다. 남들이 이기적인 콩나물 날두형을 욕할때 나는 그 이기심에 베어있는 날두형의 환상적인 모습에 열광했고, 지느님이 벤치에 있던 없던 늘 날두형을 응원했다. 그런 날두형은 데이비드 베컴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축구선수가됐다. 날두형을 만나기전 베컴을 좋아할 당시 베컴은 이미 전성기를 넘긴 나이든 선수였고 이 이유로 경기장에서 현역으로 뛰는 베컴의 모습을 직관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날두형만큼은 달랐다. 충분히 언젠가 경기장에서 현역으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만 같았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해축팬으로서 가지게된 첫번째 꿈이됐다.


경기장에서 뛰는 날두형을 직관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나는 여전히 그 꿈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날두형은 정말 멀게만 느껴졌고, 그렇게 꿈을 꿈으로만 간직하려는 와중에 미한으로부터 우리형이 우리형이 소속된 축구팀인 유벤투스 선수들과 함께 한국에 와서 K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치룬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소식과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티켓팅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2019년 7월 3일 수요일 오후 2시 티켓팅 시간은 다가왔다.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내 간절함을 전달하며 그 시간 티켓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부탁을 구했다. 내 간절함은 전달이 됐고 정말 나는 아무 방해없이 티켓팅에 도전했다. 선착순 1등은 정자시절에만 성공했던 경험뿐인지라 결국 원하는 자리에 대한 티켓팅은 실패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무려 2시간 동안 손은 새로고침을 무한반복으로 누르며 눈은 모니터와 휴대폰화면만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예매를 시도했다. 그 결과 원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경기장에 갈 수 있는 티켓 2장을 예매에 성공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 당장 꿈을 이룬것과 같은 기쁨과 흥분을 마주하며 승리의 호우 세레머니를 외쳤다.   


"호우!!!"

호우!

승리의 호우 세레머니를 외쳤지만 무통장입금으로 예매를 했기에 아직은 완전히 나의 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입금만하면 내것이 되기 때문에 처음과 달리 엄청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여유는 내 크나큰 인생의 실수가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평소 연극을 보던, 전시회를 보던, 야구를 보던, 물건을 사던 무통장입금으로 자주 예매를 하고 구매를해왔다. 그리고 보통 무통장입금의 유효 시간은 24시간이었고 날두형이 오는 경기역시 그럴 것이라고 판단을 해버렸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나는 당일 저녁 22시까지 입금을 해야했고 입금을 재시간에 하지않은 나의 예매표는 취소표로 전환됐다. 취소표가 된 내 예매표는 어쩌면 나보다 더 간절했던 이에게 돌아갔다. '네가 가라 하와이'를 시전하듯 '네가 만나라 날두형!'을 시전하며 그렇게 7월 3일 꿈을 눈앞에 두고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내 발로 차버렸다.


나는 이날의 바보같은 순간을 원망의 순간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런 기회가 오지는 않겠지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위해서 말이다. 아흙흙흙 ㅠㅠㅠㅠㅠ 안녕 나의 날두형...다음생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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