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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Oct 12. 2021

가성비로 다시 세운 미국 대학 순위

지난달, 포브스(Forbes)는 2021년 미국 대학 순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https://www.forbes.com/sites/christiankreznar/2021/09/08/americas-top-colleges-2021-for-the-first-time-apublic-school-is -numberone/?sh=7cd4a64941ad&fbclid=IwAR3UQZEU6gba8cn5B4PeuFm92PiyxQINLF2jyNuZpJe5msfslaPGhy7UAnU


기사는 “Public universities deliver the most outstanding education to the broadest range of students at the most affordable price. That’s the message of Forbes’ 2021 ranking of top colleges.” (공립 대학들이 가장 높은 가성비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의 우수한 교육 성과를 달성했다. 이것이 2021년 대학 순위에 대한 포브스의 메시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포브스 기사 전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게 된 것은 이들이 새롭게 적용한 순위 산정 기준이다.


포브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대학 순위 발표를 보류하였다가 이번에 새롭게 2021년 순위를 재정리하여 발표하였다고. 팬데믹으로 교육 양극화가 더욱 극심하다. 상위 계층 자녀들의 아이비리그 입학이나 사립 대학에 몰리는 풍부한 자금, 그리고 이러한 대학 졸업생들의 높은 임금 수준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그 결과는 너무 자명(obvious)하니까. 그래서 포브스 팀은 생각 끝에 순위 산출 방식을 바꾸었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결과물 중심 산출 방식과는 달리, 저소득층 학생 집계, 대학원생 소득에 관한 연방 데이터베이스 등을 추가해 순위를 매기는 기준을 변경했다. 등록금과 보조금, 장학금 등을 감안한 연간 평균 비용과 졸업생들 급여, 졸업 후 부채, 재학 유지 및 졸업률, 학업과 경력 등에 대한 상과 영예 등도 분석했다. 즉, “가성비” 면에서 우수한 대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 UC 버클리는 포브스 최고 대학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공립대학이 됐다. UC 중에는 UCLA가 8위, UC 샌디에이고가 15위에 각각 올랐다. 예일과 프린스턴 대학은 각각 2위, 3위였으며 스탠퍼드 대학교는 2019년 2위에서 올해 4위로 떨어졌다. 이어 컬럼비아(5위), MIT(6위), UCLA(8위), 유펜(9위), 노스웨스턴(10위) 대학교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하버드가 7위에 머물렀음을 강조하였다. 


이번 포브스 순위를 보면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팬데믹으로 확고해진 교육 계층의 양극화를 인정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 설계가 중요하다.

계층 양극화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 어떤 국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이 양극화 문제는 심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하고 한탄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 현실에서 “관점”에 변화를 주려 시도했던 포브스 팀의 연구는 고무적이라고 여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부자들만 기회를 얻는 치사한 세상!”이라며 한탄하게 하는 연구와 조사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가능하던걸!”이라는 대안적 시선을 제시하는 것. 현실을 헤쳐나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닐지.



2. 결과-성과 중심주의 순위는 우리 삶에 중요하지 않다.

예전부터 대학 순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복잡했다. 가능하다면 할 수만 있다면 최상위 티어에 속하고 싶어 했던 이유는 그것이 삶에 주는 영향 때문이었다. 동시에 이 따위 순위나 줄 세우기 자체는 묘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 340점 만점에서 몇 점까지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갈 수 있다는 “커트라인” 표라는 것이 있었다. 단 한 번의 지원이 가능했기에, 집안 식구 모두를 각 대학 지원 창구로 파견하여 무전기까지 동원하며 “눈치 작전”으로 원서 접수 작전을 펼쳤던 때가 30년 전의 일이다. 2021년 오늘, 당시와 같은 커트라인 표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우리에게 SKY서성한 어쩌고 하는 순위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엄밀하게 따져보면 이 순위도 과거의 그것과 형태와 모양과 그 색이 달라져 있다. 


한때 SKY 의대를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국 석차라는 것이 현재 실질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설령 있다손쳐도 전국 3000등까지는 서울 지역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존재하는 “의치한수약”을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거 “서울대 갈 친구”는 이제 “의치한수약”부터 생각한다는 말이다. 즉, “대학”보다는 졸업 후 나의 생존과 지위를 보장해주는 곳을 선택하겠다는 말은 대학 이름 자체가 삶과 유리되었음을 역으로 증명한다. 맞다.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3. 건강한 엘리트 자긍심과 자부심은 그럼에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엘리트”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새로운 시대가 왔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새로운 “엘리트” 개념을 좀 잡자는 주장으로 느껴진다. 포브스가 1위 대학을 UC Berkeley로 선정하면서 게시한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Since the Free Speech Movement of the 1960s, Berkeley’s students have maintained a strong tradition of involvement in social justice movements, an attitude that pervades the Berkeley spirit to this day: The school is the top producer of Peace Corps members, and 5,300 students participate in off-campus public service programs. Students can choose from more than 350 majors. Berkeley's faculty boasts 4 Pulitzer Prize winners.”


‘버클리 스피릿’이란 말은 다른 말로 바꾼다면 “버클리 출신의 자긍심, 자부심”이다. 사회 변화를 이끌고 혁신하며 그리하여 그 결과물로서 각 분야에서 노벨상 등 수상 실적은 고스란히 산출의 근거가 되었다. UC Berkeley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다인종 학생들을 받아들였음에도 결과적으로 각 분야의 실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박수를 받는 것이다. 


엘리트는 무조건 사라져야 하는 집단이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엘리트”라는 정의가 그저 하버드이기 때문에, 서울대이기 때문에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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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좀 더 빨리 당겨진 언텍트 월드, 메타버스의 세계, 플랫폼의 시절 앞에서, 이번 포브스가 던진 화두는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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