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며 너에게로의 날개가 맨발에 돋았다.
깃털 뽀얀 입김 한 번에도 쉬 날달음 칠 수 있도록.
기억의 창공.
땅이 그리워한 이별이 아니라 차오르지 못해 선택한 착지였다.
- by 이상준 방송작가 / 2010년 4월 24일 <KBS ‘추억의 부스러기’> 화양연화 에필로그 중에서.
얼마 전 다시 본 <화양연화>의 장만옥과 양조위는 27살의 내가 보았던 그들이 아니었다.
영상 속, 가는 눈꼬리 마스카라의 여인과 유독 하얗던 그의 와이셔츠가 주는 모든 소리와 냄새까지도, 17년의 시간과 함께 변해 있었다. 그때는 몰랐던, 지금은 알게 된, 어떤 숨겨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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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던, 지금은 알게 된 또 하나는 왕가위 감독이 칸느 출품을 위해 엔딩씬의 일부를 생략했다는 것.
그러나 피천득의 <인연>처럼, 차라리 이후의 아사코를 만나지 않았기를 바라게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럼에도,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엔딩을 보실 분들은 이 영상을 보시길.
아, 후회는 당신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