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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21. 2021

부부회화 : 아이 생일이 아니라 당신이 엄마 된 날

늦가을에 태어난 딸아이는 어린이날이 지나면 본인 생일을 기다리고, 생일이 지나면 성탄절을, 성탄절이 지나면 어린이 날을 기다리면서 1년을 보냅니다. 생일을 성대하게 보낸 적이 없던 저에게 딸아이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아이의 생일은 '오직 아이의 생일'이 아닙니다. 그날은 아내가 '엄마가 된 날'이고, 제가 '아빠가 된 날'입니다. 비록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출산의 고통'은 느끼지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저희 부부는 '부모'라는 또 다른 지위를 얻게 되었지요.


아이 생일 전날, 저녁 식사를 하고서 회사 근처에 있는 꽃 집서 소국 한 다발을 샀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올리브 영에서 수분크림, 바디오일 같은 계절에 맞는 제품을 몇 개 쇼핑백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짧은 엽서를 씁니다.


엄마가 된 날을 축하한다.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고, 지금도 많다.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너무나도 많이 써서 조금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엽서에 새롭게 꾹꾹 눌러서 써봅니다. 평소처럼(?) 아이가 잠든 후에 퇴근한 남편의 손에 들려 있는 올리브영 쇼핑백에 아내는 호기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아빠 된 날 축하해요'라고 말해줍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이에게 '생일 축한 한다'라고 말해줄 때, 적어도 부부는 서로가 '부모 된 날을 축하'한다고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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