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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06. 2022

코로나19는 어떤 맛으로 기억될까?

저는 평소에 스스로를 '미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맛에 민감한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나름 맛집을 찾아다닌 시절도 있었고, 음식 사진을 열심히 찍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함께 갔던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맛집으로 기억해뒀기 때문에, 맛집인 거 같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먹었기 때문에 미맹치곤 맛집을 잘 아는 사람이 되었죠.


지난 수요일에 아내가 확진이 되고, 목요일에 저와 딸아이가 확진되었습니다. 온 가족이 사이좋게(?) 확진이 되어 집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오늘까지 일주일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에서 삼시 세 끼를 먹었고, 결혼 후 처음으로 매일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식구'였지요. 그런데 오늘 저녁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보니 '무얼 먹었나?' 싶더군요.


언젠가 '미각의 90%는 기억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와.. 이거 정말 동감 10000%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 떨어지고 아버지께서 사주신 까끌한 보쌈, 처음 외국에 가서 먹었던 밍밍한 샌드위치, 전역하는 날 아침에 먹었던 따뜻한 삼계탕, 아내와 처음 만나서 먹은 크림 파스타, 프러포즈를 할 때 먹었던 해물 떡볶이 까지.. 제가 '맛'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음식의 맛 자체도 있지만 결국 '그날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일주일 동안 빵도 먹고, 밥도 먹고, 우동도 먹고.. 하루에 한 끼 이상은 배달음식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미각을 잃었고, 저 역시 열과 기침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했지만 그것은 식사를 했다기보다는 약을 먹기 위한 준비를 스물한번 한 셈이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이 2년 넘게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맛'을 느낄 수 없는 기억이 된 코로나19 시대..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2020년과 2021년 그리고 2022년을 어떤 맛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부디 '맛있는 기억'이 많아져서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아내가 코로나19에 확진되고 딸아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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