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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시스 Dec 12. 2021

국제 탄소시장에 부는 새로운 바람

파리협정 6조의 완성이 갖는 의의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협상 마감 기한을 하루 넘기는 진통 끝에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이 합의되었다. 해당 조약에 석탄 사용의 단계적 감축,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 재정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기며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석탄 사용 중단이 아닌 감축으로 표현이 완화되면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통해 지난 몇 년 간 지지부진했던 파리협정 6조의 세부이행 규칙(Paris Rulebook)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COP26의 커다란 성과이다. 파리협정 6조는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거래하는 국제 탄소시장 규범을 다루고 있다. 즉 해외에서 감축한 실적을 구매하여 파리협정 하 각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2020년까지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게만 감축 목표를 강제적으로 부여했다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스스로 감축 목표(NDC)를 세우고 계속 점검받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파리협정 6조의 핵심은 6.4조의 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Sustainable Development Mechanism)과 6.2조의 협력적 접근(Cooperative Approach)으로 구분된다. 6.4조 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은 그 유명한 교토의정서의 청정개발체제(CDM)을 대체하여 거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이다. UN의 관리 감독 하에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등록 및 감축실적 발행이 이루어지는 중앙집중형 체계로, UN에서 인정하는 방법론과 절차, 규칙 등이 적용된다.

6.4조 SDM 사업 구조

6.2조 협력적 접근은 당사국 간 합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실시하고, 발생한 감축실적을 양국 간 거래를 통해 NDC 달성에 활용하는 제도이다. 당사국들이 자발적으로 양자∙다자 협력 체계를 구축, 운영함으로써 감축실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방법론의 다양성이나 행정 절차 측면에서 UN이 운영하는 6.4조보다 유연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6.2조 자발적 협력 구조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으로, 6.4조 및 6.2조에서 발생한 감축실적의 국경 간 이동 시 이중계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상응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이 도입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동한 감축실적만큼 판매국의 배출량을 늘리고 구매국의 배출량을 줄이는 조정 작업을 의미한다. 2019년 COP25 당시 브라질의 거센 저항으로 상응조정 도입에 대한 합의가 한 차례 지연된 바 있었다. 브라질이 보유한 막대한 산림 자원에서 발생하는 상쇄 배출권이 국외로 유출되더라도, 브라질 자신의 감축 노력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브라질 정부는 COP26 직전 입장을 선회했고, 상응조정 원칙이 파리협정에 포함되었다.


파리협정 6조와 관련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는 스위스와 일본이다. 스위스 석유협회가 설립한 Klik 재단은 2030년까지 총 5,400만 톤의 감축실적을 6.2조를 통해 구입하여 NDC에 활용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페루, 가나 등 6개국과 양자협력을 체결하여 감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내년 4월 경제산업성 주도로 “Carbon Neutral Top League”라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500여개 일본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며, 주로 JCM* 기반의 자발적 배출권이 거래되어 각 참여업체의 탄소중립 및 일본 NDC 달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JCM(Joint Crediting Mechansim): 일본에서 자체 구축한 양자 간 온실가스 감축사업 체계로,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총 17개 개도국에서 64건의 사업이 JCM 사업으로 등록됨


우리나라도 파리협정 6조를 NDC 달성에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 8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국제 감축실적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바로 뒤이어 확정된 2030 NDC 상향안에 따라 국외 감축이 NDC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최대 33.5백만 톤까지 활용할 계획이 명시되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했던 CDM 사업을 잇는 6.4조와 더불어, 6.2조을 기반으로 하는 양자협력 사업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2019년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서 협력적 접근 기반 양자협력체계 구축 계획이 구체화된 바 있으며, 지난 5월 베트남과 양자 기후변화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양자협력체계 수립 연구를 진행하는 등 이르면 내년 중 구체적인 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외 감축이 NDC 달성 수단으로 인정되면서 국내 감축 노력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NDC 상향안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국외 감축은 목표 달성을 위한 보충 수단일 뿐이다. NDC에서 국외 감축분이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스위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외 감축분이 전체의 11%에 그친다. 국외 감축이 우리나라의 핵심 감축수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UNFCCC에 따르면, 올해 NDC 신규안 및 상향안을 제출한 당사국 중 파리협정 6조를 활용할 계획이 있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국가는 기존 44%에서 87%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파리협정 6조로 등장하는 국제 탄소시장이 감축의 수단이자 경제적 이익 창출 기회로 인식하는 국가가 늘었음을 방증하다. 이번 COP26으로 세부이행 규칙이 완결됨에 따라 파리협정 6조에 기반한 거대한 국제 탄소시장의 탄생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우리나라가 전 지구적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고 국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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