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른을 돌보다가
얼마 전에 원인을 모르는 증상이 발생하여
전화로 문의를 주셨던 환자분이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가까운 병원도 가보고,
혹시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진료의뢰서와 검사결과지를 챙기시라고 안내했다.
얼마 후에 안부를 여쭤보려 연락드렸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치료 방법이 없어
영구적 장애가 남았다고 하셨다.
나 같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도 들고,
화도 나고, 불평, 불만했을 거 같은데
환자분은 오히려 담담하고
내가 걱정할까 봐 다음에 만나면 말하려고 하셨단다.
아... 어떻게 그렇게 반응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불평, 불만이 가득할 법한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현재 상태를 받아들였던
성숙한 환자,
그리고 누군가를 잘 돌보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미성숙한 나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대화 가운데
그렇게 두 사람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