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5월호 기고 글
병원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이식 대기 중인 환자들과 이식 후 회복중인 환자들을 살피고 나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여느 때와 같이 바쁜 아침, 중환자실 파트장님이 찾아와 장기 기증 관련 상담을 희망하는 분이 있다고 전했다. 곧장 그분을 만나러 갔다.
그분은 수차례 치료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뇌사에 가까운 환자의 보호자였다.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뇌사 장기 기증을 고민하다 나를 만나고 싶어한 것이었다.
기증 절차를 설명하는 내내 보호자는 다소 침울한 반응을 보이다 한순간 크게 기뻐했다. 장기 이식이 이뤄지면 추후 수혜자의 편지를 통해 그가 일상을 잘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고 얘기했을 때였다. 상담이 끝난 후 보호자는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증을 희망한다는 보호자의 연락을 받았다. 환자는 기증을 통해 수혜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수혜자의 상태가 호전될 때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기증자분의 가족께서 사랑하는 이의 일부가 세상에 여전히 잘 존재하는지 궁금해하십니다. 괜찮으시다면 편지로 안부를 전해 주실 수 있나요?”
수혜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얼굴로 답했다.
“꼭 쓸게요.”
며칠 뒤 수혜자에게 받은 편지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보내며 생각했다. 이 편지가 기증자의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수혜자가 기증자를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 내려갔듯, 그의 삶이 한 통의 편지가 되어 주변을 훤히 밝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