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퇴근 전 단상
금요일 오후에는 퇴근 전 입원치료 중인 환자분들을 찾아뵙는 편이다.
주말 동안 뵙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극효율을 추구하는 병원의 특성상 환자 및 보호자께서는 터놓고 속 얘기를 할 상대도 없기 때문에 한 주 동안 어떻게 사셨는지 경청하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 대신, 기계 소리와 격리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분의 안부를 확인하러 갔다. 어려운 치료도 잘 견디고 계신 환자분께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나를 붙잡고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셨다.
‘5분만 더 있다가 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손을 잡고 기도해 드리며 5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다음 주에 보자고 약속하며 다른 층 병실로 향했다.
마침 환자분께서는 투석을 가셨고 보호자분만 텅 빈 병실 안에 덩그러니 계셨다. 긴 병원생활 가운데 힘이 들지만, 지난번 준 사탕도 잘 먹었고, 이렇게 한 번씩 와서 이야기 상대도 되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얼굴은 미소를 띠셨지만 목소리 너머 많이 지쳐있는 영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주말에 예배당에 가서 중보기도 하겠다고 말을 남긴 채 병실을 나왔다.
뉴스를 보면 힘의 논리, 돈, 권력 등의 자극적인 말들이 주로 넘쳐난다. 힘과, 돈과, 권력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 사회가 기억하면 좋겠다. 또한 옳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해 주고 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힘과, 돈과,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임을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