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가는 사람
학생시절부터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성경 구절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장 13-14절 말씀)"
이 성경 구절은 내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계속 작용했다.
예를 들면 진로 선택의 순간에도 예수님처럼 타인을 사랑으로 섬기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떠올렸고,
첫 직장을 선택할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일까 기도했고,
돈에 대해서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고, 혼자가 아닌 가정을 이루는 것을 꿈꾸고 계획을 세우다 보니 부쩍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친다. 집을 어떻게 구하고, 저축과 소비는 얼마나 할 것이며, 아이 양육과 교육까지도 한 번씩 생각해 보게 된다.
솔직히 집값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이 속마음이다. 돈을 가치중립적으로 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선택한 삶이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 곁을 돌보며 지키는 삶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하지만, 마주친 현실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에 기도하고 또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요즘이다.
나 혼자 살아갈 때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었는데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부부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니 나 혼자만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닐 것이다. 내가 좁은 길을 선택하며 마주치는 상황들은 자연스레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같이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관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구나 깨닫는다.
너무도 멋지고 훌륭한 내 여자친구.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 압박 등도 있을 텐데 나를 남자친구로 만나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줘서, 나와 함께하는 사실이 큰 자부심으로 느껴진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돈이 많았다면 편리할 수 있었겠지만, 좁은 길을 걸어가며 마주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는 이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겠지. 나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을 위해 예수님이 교회를 사랑하고 자신을 주심 같이 내 목숨을 다해 사랑하리라 다짐했다. 그때 그 감정은 아마 좁은 길을 걸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함께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결실을 이룰 가정에서 작은 천국을 이뤄갈 것이다. 좁은 길을 같이 걸어가는 이 사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