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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기적 Dec 09. 2024

중 3 아들이 엄마와 단둘이 제주 여행을 선택해 준다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평범한 기적

72024년 12월 7일

책 좋아하고 서평 남기는 일을 좋아하는 많은 애서가들이 제주에 모였다.

바로 도서 인플루언서 꿈꾸는 유목님과 함께

독서를 일상으로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온 사람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는데

도서 인플루언서 폴링업 님이었다.

그분 곁에 의외의 일행이 있었는데 바로 중3 아들이었다.


중3 아들이 엄마와 단 둘이 제주도로 여행을 오다니!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들을 키우고 있기에

모자의 관계에 자꾸 눈이 갔다.


아들 민찬 군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중3과는 달랐다.

1년 만에 만난 폴링업님이 반가워서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을 찍어주는 게 아니고

우리의 사진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엄마 옆에 서 카메라 렌즈를 향해

포즈까지 취해주는 게 아닌가!


또한 민찬 군은 어른들과 소통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민찬 군을 빼고 모두 어른이었던 이번 모임 중

2024년을 돌아보고 2025년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요즘 당신의 고민의 무엇인가요?'


어른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진지한 질문에 관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담담하게 

'문장이 아닌 문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남고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친구에 따르면

요즘 남자 중, 고등학생들은 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고 했다.


"선생님 저 아파서 조퇴할게요."


이 한 문장을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선생님 저... 조퇴..."

이렇게 겨우 말하거나 그냥 아픈 것을 참는다고 하다.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세상에나!

민찬이는 자신의 고민을 그날 모인 어른들 앞에서 담담히 말할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늘 호기심을 갖는 나는

어느새 북토커 기질이 발현되었다.


일행보다 하루 더 제주에 머무는 폴링업님과

식사 약속을 하고 오늘 아침 드디어 만났다!

이번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해 준 꿈꾸는 유목민님과

함께 브런치 카페에 앉아 질문을 드렸다.


"폴링업님 저 질문이 있어요!"


지극히 사적인 질문이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요즘

사실 내가 더 긴장이 된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아이와의 관계

아이와의 시간

아이와의 연결


초등학교 6학년인 현재까지

아들과 나는 꽤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내 아이의 사춘기라는 시기 앞에서

어느새 불안감이 스민다.

또한 초등학교 때는 자유롭게 지냈지만

학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해야 하기에

벌써부터 부담감이 든다.


그런데 민찬이는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 수 있는 거지?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학교를 보냈던 거지?


그 궁금증을 모임 내내 품며 바라보았는데

어머나 세상에!

단체 사진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단체 사진 속 민찬이는 엄마의 어깨에 팔 한쪽을 척! 하고 얹혀둔 게 아닌가?

그 자세가 말해준다.

평소 민찬이와 엄마사이의 친밀함을.

그렇기에 폴링업님이 제주를 떠나기 전 꼭 묻고 싶었다.

다음의 질문을.


1. 중학교 3학년을 지나오는 동안

    '내가 이거 하나는 잘했다!' 하는 것이 있나요?


2. '돌이켜 보니 이거는 아쉽다' 하는 것도 있을까요?

 

이 두 개의 질문과 함께 우리는 편안한 이야기를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나눴고 그 대화 중

기록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3가지이다.


"저는 민찬이에게 방을 따로 주지 않았어요.

 지나고 보니 그 점을 잘한 것 같아요"


아이와 각방을 쓰지 않았다는

중3 엄마에게 들은 의외의 답변이 사실 반가웠다.

나의 두 아이는 여전히 함께 자고 있다.


잠자리 독립을 원치 않던 두 아이 때문에

잠드는 순간까지도 쉴틈 없던 육아가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 시간이 정직하게 흘렀고

지금은 그 시간에 무척 감사하다.


함께 잠드는 아이들 덕분에

새벽기상을 시작할 있었고

아이와 함께 일찍 잠들면 새벽녘 절로 눈이 떠진다.

5년 전부터 지금까지

새벽기상을 지속하게 된 비결 중 하나이다.


물론 다 자란 아이는 이제 없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함께 자고

아이들이 원할 때까지는 같이 자고 싶다.

자기 전에 나누는 대화가 그야말로 꿀맛이기 때문이다.


같은 대화라도 식탁이나 거실에서 하는 말은

어김없이 잔소리가 되지만

자기 전 아이들과 천장을 보며 이야기할 때는

아이도 나도 말랑말랑해지고 보송보송해진다.  

잠들기 싫어하는 두 아이가 기꺼이 들려주는

일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래서 폴링업님의 답변이 더욱이 반가웠는데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했던 폴링업님은 말한다.


"이 방은 공부하는 방, 이 방은 잠을 자는 방

이렇게 방을 성격별로 분류했는데

공부방이 따로 있긴 했어도

아이들이 공부는 대부분 거실에서 같이 했어요."


폴링업님은 그렇게 생활하는 동안

아이를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지금도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비단 중3 민찬이 뿐만 아니라

지금은 군인으로 복역 중인 큰 아들도

그렇게 키웠다는 말에 옳거니! 싶었다.


"그 시기에 문 닫고 들어가면

깜깜무소식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늘 문을 열어뒀는데

요즘은 제가 문 닫으려고 하면

민찬이가 엄마 문 닫지 마! 하더라고요!"


물론 아이마다 상황마다 다 다를 것이다.

이게 참 별게 아닌 것 같아서

말하기 민망하다고 폴링업님은 말했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대화이다.


10년 후 나는 육아 은퇴를 할 것이다.

막내가 스무 살이 되는 해

홀가분하게 후회 없게 육아 은퇴 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자유롭게 살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남아있는 10년 동안

아이의 성장과 자립을 도울 것이고

무엇보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그래서 아이와 좋은 관계를 지닌

엄마를 만나면 늘 궁금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묻고 배우고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쌓여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작은 일도

배우고 실천하다 보면

나와 우리 아이만의 관계를 만들 수 있을거라 믿는다. 


잠자리 독립과 관련하여 좀 더 이야기를 보태면

먼저 아이를 키운 언니들이 말하길

아이가 혼자서 잘 때 푹 잤으면 좋겠지만

핸드폰이나 영상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무렵 다시 함께 자기 시작했는데

외려 아이가 푹 잠을 자서 키도 컸다는 사례도 다시 떠올랐다.


사춘기가 오각방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서로를 존중해 줄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그건 아이가 원할 때 그렇게 해주면 될 것같다.

실은 두 아이 각자 방이 있어도 

자기 방을 잘 쓰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내가 먼저

독립을 시킬 필요는 없겠구나 싶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제 그 고민은 넘기면

되겠다!아이가 원할 때 그때 우리는 서로 쿨하게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면 될테니.



"그런데 저는 좀 엄하기도 해요.

특히 예절 관련해서는 무척 엄해요."


어른들에게 늘 인사시킨다는 폴링업 님의

이야기에 나도 적극 공감이다.

그와 더불어 가족끼리 작은 일에

감사를 표현하는 일도

나는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잘 때

잠자기 전 인사와 포옹은 물론

생신 때에는 돈을 주고 선물이 아닌

아이가 노력해서 만들거나 적은 편지를 꼭 보낸다.

 

인성과 예절은 내 아이를

좋은 어른으로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머물고 싶게 하는 감수성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폴링업님의 경험담도 기억에 남는다.


"민찬이가 그러더라고요.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가 친구 엄마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보고는 많이 불편했다며

앞으로 그 집에는 안 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역시 아이들은 다 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다 알고 있다.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면,


"'돌이켜 보니 이거는 좀 아쉽다' 하는 것도 있을까요?"


4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국 공교육에서 배운 민찬이의 성장에서 아쉬운 점은

외국에서 초등 저학년을 보낸 큰 아이처럼

영어를 좀 더 챙겨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중학교 아이를 키우면서

어찌 학업 이야기를 안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아이의 삶만큼이나

엄마의 시간도 중요하게 여기며

늘 독서하고 글을 써온 폴링업님의 이야기라서

더욱 귀를 쫑긋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영어를 좀 미리 공부해 두었더라면

중학교에 올라가서 더 수월했을 텐데

큰 아이와 달리 외국에서 생활을 기억 못 하는

민찬이에게 좀 더 영어를 챙겨주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아요.


그랬더라면 중학교 때 좀 덜 고생했을 것 같아요."


모든 아이가 다른 만큼

육아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그만큼 오늘 내가 남긴 대화록을 읽은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이야기가 되겠지만

반대로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과 대화에는 늘 진심이 흐르는 법이니까!


이제 23일 후면 큰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날들이 펼쳐질까?

이번 겨울, 우리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늘 귀한 경험을 나눠준

도서 인플루언서 폴링업님의 도서 블로그


https://blog.naver.com/falling-up

폴링업님과 함께 갔던 카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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