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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Apr 26. 2023

하늘 아래 같은 두릅은 없다.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

태생도, 맛도, 생김새도 다른 두릅의 다양성

참두릅, 땅두릅, 개두릅 차이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성격 급한 쑥, 냉이, 달래가 한풀 꺾이면 등장하는 봄나물의 제왕이 있습니다. 바로 '두릅'입니다. 사실 두릅의 다양성을 말하기엔 두릅을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돼지고기를 세분화하여 이름을 붙이고, 먹어왔습니다. 그런데, 두릅. 데쳐서 초장에만 콕 찍어 먹어왔기에 다양성을 살필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매년 시장에서 두릅별 차이가 궁금해 물음표 섞인 얼굴로 두릅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전격 해부해 봅니다. 이름하야 '하늘 아래 같은 두릅 없다.'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의 태생, 맛, 생김새 모두 파헤쳐보았습니다.



PART1. 이름

두릅... 너의 이름은?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 같은 두릅인데 왜 이름이 다를까요? 참두릅은 그렇다 치고, 개두릅은 왜 하필 '개'라는 접두어를 붙였을까요? 듣는 개두릅 섭섭하게요.

ⓒ 농촌진흥청 / 뾰족뾰족 가시가 많은 두릅나무과 '음나무'. 대문 옆 울타리 역할을 하며 가족을 지켜주기도, 봄이 되면 새순을 거두어 먹을 수도 있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일단 이 세 가지 두릅, 태생이 다릅니다.

① 참두릅 : 두릅나무의 순(나무)

② 개두릅 : 음나무(엄나무)의 순(나무)

③ 땅두릅 : 나무가 아닌 땅에서 자라는 두릅(풀), 독활로도 불림


따지고 보면 두릅나무에서 나오는 두릅은 '참두릅'뿐입니다. 그런데 왜 모두 두릅이라고 부를까요? 이 세 가지 식물 모두 '두릅나무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미나리목 >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에는 1500여 종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두릅나무가 속해있고, 두릅나무 외에도 오갈피나무, 음나무, 인삼, 황칠나무 등이 속합니다. 두릅'나무'과 이지만 나무가 아닌 초본식물(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독활(땅두릅)입니다.


개나리와 개두릅의 공통점

ⓒ 농촌진흥청

땅두릅은 나무가 아닌 땅에서 바로 올라오는 풀이기에 ‘땅’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면 참두릅의 ‘참’, 개두릅의 ‘개’는 어떤 의미일까요? 참두릅의 ‘참’은 진짜 또는 품질이 좋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진짜’ 두릅나무에서 나온 두릅이기에 참두릅이라고 불렀죠. 반면 개두릅은 참두릅과 유사하지만 참두릅은 아니고, 조금 부족하다는 의미로 ‘개’가 붙었어요. 같은 이유로 식물 이름에는 개나리, 개살구, 개복숭아 등 ‘개’가 붙은 경우가 많습니다.



PART2. 생김새

자세히 보니 개성 강한 두릅 삼 형제

태생이 다르니 생김새도 묘하게 다릅니다. 하나씩 따로 볼 땐 구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정렬하여 눕혀놓고 뜯어봅니다.


[참두릅]

두꺼운 줄기에서 여러 줄기로 갈라져 나옴. 비교적 땅두릅보다 줄기가 짧은 편인데, 두께는 가장 두꺼움. '참'이라는 이름에 납득이 갈만한 튼실(?)하게 생김


[개두릅]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오는 가지가 얇고, 밑동이 자주색으로 물들어 있음. 땅두릅, 참두릅과의 큰 차이점은 잎에 있음. 펼쳐보면 단풍잎을 닮음. 가장 개성 있게 생긴 두릅

작은 키에 잎은 가장 큰 개두릅. 단풍잎처럼 손가락을 쫙 펼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땅두릅]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홀로 곧게 자란다는 뜻의 '독활'이라는 이름처럼 길고, 가느다란 줄기를 갖고 있음. 참두릅과 비교해서 밑동과 잎에 보랏빛을 많이 띠고 있음. 다른 두릅들과 달리 줄기에 솜털이 나있음.

뽀송한 솜털이 귀여운 땅두릅


(번외) 가시두릅

경동시장 베테랑 상인 분도 정체를 모르겠다 하시던 두릅. 참두릅의 종류 중 하나임. 개량된 두릅나무 중에는 손질 편의성을 위해 가시가 없는 종이 있음. 따라서 가시두릅은 토종 두릅이거나 개량종 중에서도 가시가 있는 버전의 두릅. 매우 날카로워 손질이 불편하나 맛과 향은 가장 좋았음

왼쪽도 오른쪽도 모두 참두릅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두릅은 '가시두릅'으로 판매되죠.
가시를 확대해 보면 이렇게나 뾰족합니다. 가시는 많지만 맛은 아주 좋습니다.

PART3. 맛과 향

먹어보면 더욱 분명 해지는 차이

같은 조건에서 데친 두릅의 맛과 향을 비교해 봤습니다. 초장 콕하고 나면 이 두릅이 저 두릅 같지만 최소한의 조리를 거친 식재료는 그 특성이 천차만별입니다. 원물의 특성을 알면 초장 콕-으로 두릅의 개성을 없애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특성 알기'는 요리법이 다양해지는 시작점입니다.


[참두릅] 고소하고, 묵직한 향

[땅두릅] 처음 씹었을 때는 허브와 같은 향긋한 풀 향, 씹을수록 쓴맛이 강함

[개두릅] 세 가지 중에서 가장 향긋한 향, 가벼운 향, 데친 후 바로 먹기에는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짐. 씹을수록 쓴맛이 강함

(번외) 가시두릅 두릅에게 칭찬이 아닐 수도 있지만 참나물 향이 남. 향긋하면서도 고소하고 쓴맛이 가장 적어 최소한의 조리만 거쳐 두릅을 먹는다면 가시두릅이 가장 좋겠음.



두릅 구입에 필요한 정보!

지역, 구입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략의 수확 시기, 가격정보 전해드립니다. (**4월 중순 서울 경동시장 조사 결과)


- 종류별 판매 시기 : 땅두릅 > 참두릅 > 개두릅

- 가격 : 참두릅 > 개두릅 > 땅두릅

(1근, 약 400g의 판매 가격은 참두릅이 16,000원 / 개두릅이 13,000원 / 땅두릅이 6,000원이었습니다. 시기나 품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참두릅과 땅두릅이 무려 2.5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 거죠.)

엄나무순으로 판매되는 개두릅




세 가지 두릅 누가 누군지 알아보시겠나요? (왼쪽 상단 땅두릅, 오른쪽 상단 참두릅, 하단 개두릅)

벚꽃도 떨어지고, 갑자기 더워지는 날씨에 이렇게 봄이 가버리면 어쩌나 아쉬운 마음이 드신다면 두릅을 드셔야 합니다. 딱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두릅을 종류별로 알고,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식인이 되신 것 같지 않나요? 식재료를 들여다볼수록 계절을 맞는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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