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가성비를 따지고 싶지 않은 이유
우연한 기회로 다큐멘터리 Seaspiracy (씨스피라시) 를 봤다. 영화는 상업적 어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한다. 첫째는 조업 관련 쓰레기와 남획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문제다. 두 가지 중 무엇이 더 심각한지 따지기 힘들지만, 나에게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은 인권에 관해서였다. 나는 대형마트에 판매하는 칵테일 새우를 볼 때마다 미간을 찡그렸다. 먹기 좋게 손질된 새우를 만원 대에 판매하기 위해 이름 모를 타국의 누군가, 특히 어린아이가 착취당하는 장면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이다.
태국의 새우 공장에서는 하루 16시간의 노동이 반복된다고 한다. 새우 공장의 노동자들은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리고, 15세 미만의 아동이 약 1만 명 정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하루에 새우 80kg를 작업해 한국 돈으로 고작 5천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그들이 태어난 국가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한국에서 내가 태어났고,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고통과 나의 편의를 맞바꾸고 싶지 않다. 저렴한 가격의 농수산물을 소비하는 게 거북한 이유는 정당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어업에서 행해지는 노동 착취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최소한의 공정함이 지켜진다고 믿었던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을 통해 한국 이주 어선원*의 이야기를 접했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주 어선원이라면, 어떤 마음일까?’ 하고 말이다.
(*이주 어선원 : 한국으로 이주해 어선의 선원으로 일하는 사람)
잠이 많은 내가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나머지 시간은 일만 한다. 나는 매일 욕을 듣고 가끔 맞기도 한다. 한국 선원은 생수를 지급받지만 나는 바닷물을 담수로 바꾼 물을 마셔야 한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한국 선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처음 원양어선을 탔을 때 월급이 5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고향에 가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다. 하지만 배를 떠날 수 없다. 한국에 오기 위해 중개인에게 수백만 원의 보증금을 준 상태다. 심지어 여권, 외국인등록증, 통장도 내 손에 없다. 선장이 맡아준다는 명목으로 가져가 버렸다. 매일 눈 뜨고 일어나 죽을 만큼 일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생활을 이어간다.
부산에서 태어난 나의 유년 시절 밥상에는 유독 생선이 많이 올라왔다. 구이, 회, 조림, 찌개 속 생선은 그저 뼈가 있어 먹기 불편하지만 맛있는 반찬일 뿐이었다. 그 생선이 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고 궁금해하지 않았다. 무지했기에 수천, 수만 번의 식사에서 나는 그들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단지 ‘맛’으로만 평가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죄가 되기도 한다. 나의 소비가, 나의 한 끼 식사가 무엇에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너무나도 몰랐다. 한 번도 낚시를 해보지 않은 내가 생선과 해산물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건 누군가 생산, 유통의 과정을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그들이 공정한 최저임금을 받고 노동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 환경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이주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했던 공익법센터 '어필'의 기록을 21년 12월 13~18일까지 종로구 카페 '동네 커피' 내 전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공정한 식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