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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Nov 25. 2017

호찌민 신도시 푸미흥

#동네가 고급지다 #번쩍번쩍 #으리으리 #우리는 작아진다


     

푸미흥에 도착한 시간이 점심식사 시간이라 Vivo City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쌀국수로 배를 채운 후 또 다른 쇼핑몰인 크레센트 몰(Cresent Plaza)로 향한다. 도보로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걸어갈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16차선 광로를 뚫고가니 1군에서 걷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더위가 몰려온다. 걸어가는 사람은 우리 둘 뿐. 그나마 1군과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오토바이가 곧 법’이었던 1군에 비해 여기서는 신호등이 지켜져서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다는 점, 곳곳에 보이는 한글 간판의 상점과 쇼핑몰에서 마주친 한국인 주부들을 보며 ‘호찌민 속 작은 한국’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목적지에 다다르니 푸른 하늘에 강이 흐르고, 빼곡한 녹지들 사이에 들어선 고층건물들, 강 옆에 위치한 쇼핑몰 잔디밭에서는 시민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저녁에 강을 따라서 들어선 펍과 커피숍에 앉아서 맥주 한 잔 즐기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니, 내가 베트남에 온 것인지, 미국에 온 것인지 헷갈린다. 여기 오니 우리가 오전까지만 해도 복잡 그 자체였던 1군에 있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하이랜드 커피숍에 앉아 강가를 바라보며 고급주택단지들을 바라보니, 베트남에서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만큼 부자일지 궁금해졌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베트남 상위 1% 부자야. 푸미흥 고급주택 앞에는 고급 외제차들이 기본 세 대씩 주차돼있어. 그런 사람들은 자녀를 국제학교로 보내는데, 자기 자녀들에게 못사는 한국 주재원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하지.”라고 했던 선배의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좋은 차 놔두고 걸어 다닐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니 우리 말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나 보다. 땀에 절어있는 우리 몰골을 보니 더더욱 움츠러든다.


크레센트몰과 호수주변


개발로 바쁜 푸미흥
으리으리 크레센트몰과 그 옆 건물들
으리으리 나야나~ 크레센트몰
반원 모양 호수는 푸미흥의 래드마크 같은 곳이다.


호찌민의 급속한 부동산 개발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성장하는 도시 호찌민의 경쟁력 때문도 있지만 토지시장의 개방도 기여를 했다고 본다. 베트남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다만 도이모이 개혁 이후 토지사용권만 최장 50년까지 허용됐다. 토지사용권은 거래도 가능하고, 토지 외 주거용 건물에 한해서는 소유권도 인정된다. 한편 2014년 7월 신(新) 토지법이 시행되면서 종전에 외국인 투자자 및 해외 사업체에게만 인정되던 건물 소유권이 외국인에게도 개방되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 외국인이 부동산(건물)을 직접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재임대도 가능하다. 또한 아파트만 소유할 수 있던 것에서 오피스 빌딩까지 확대되었으니, 경제성장으로 남아도는 돈이 부동산으로 더 몰리게 된다. 작년에 베트남에 다녀온 선배가 “지금 베트남은 우리나라 80년대처럼 부동산 호황기야. 집 사두면 무조건 가격 오르니까 너도 여윳돈 있으면 베트남에 집 사”라고 했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서민들은 몇 년을 안 쓰고 모아야 이런 고급주택들을 살 수 있을까? 다른 구(舊)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해서 베트남 정부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과 빈부격차 해소’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가받는데, 앞으로 급격한 부동산 개발이 불러온 파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참고: 정유석 외 1, 베트남 호찌민시 오피스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2016.6., 부동산 연구  


[한걸음 더] 푸미흥 도시개발 과정


호찌민과 하노이시가 빠른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베트남 정부는 외국자본과 우수기술을 도입하여 도심의 낡은 주택지는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고 도심 주변부로 대단위 신도시 개발을 진행하여 도시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중에서도 푸미흥 신도시는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2008년 베트남 정부의 전형적인 도시 개발모델이다.      


베트남의 주택개발과정은 프랑스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한 1954년부터 시작하여 1986년 도이모이 정책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수용하고, 신도시 개발을 시작한 1997년부터 현재까지 크게 3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 1954년-1986년 사회주의 공공임대 아파트 위주 개발시기 

(2) 1987년-1996년 개별 민간주택 개발

(3) 1997년 이후 신도시 건


 세 번째 시기에 공공임대주택보다 품질이 좋은 보급형 아파트를 지었으며, 기존 시가지의 재개발과 보급형 아파트 건설로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어 도시기반시설을 갖춘 주택단지개발과 신도시 개발을 요구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로 베트남 주택공급은 외국 업체가 공급하는 고급 아파트와 베트남 현지 업체가 공급하는 보급형 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빌라와 아파트를 하나의 단지 형태로 공급하는 복합 신도시 개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05년 주택법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주택시장의 임대와 판매를 위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와 상업 주택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푸미행 신도시는 다음과 같은 주거환경 특징을 갖추고 있다.


1) 풍부한 녹지환경을 조성해, 1인당 녹지 공간이 8.9㎡로 전체 면적의 40.98%가 녹지 및 공원이다.

2) 강을 끼고 있어 강 주변의 6.3% 토지만 주거지로 조성하고 나머지 93.7%는 공원으로 조성해 수변공간을 잘 활용했다.

3) 800m마다 커뮤니티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조성했. 주거지역의 주요 도로에서 공원, 학교, 병원 등과 같은 시설까지 도보로 10-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으며, 걸어서 슈퍼마켓, 은행, 미용실, 상가 등 서비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4) 푸미흥 신도시 개별 단지는 각각 다른 설계자에 의해 설계되었다. 개별 설계자가 개성을 살려 설계하되 주변의 다른 단지나 환경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개성과 조화가 균형을 이룬다.


푸미흥 신도시 구역별 특성

출처 : 김도연(2016), “베트남 신도시 아파트의 내․외부 계획 특성에 관한 연구 - 호찌민 푸미흥 지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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