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은 어디 있을까
잃어버린 것들은 어디 있을까
명함첩을 잃어버렸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집안을 샅샅이 살폈지만 영영 찾지 못했다. 그 명함첩은 내 이름이 박힌 명함을 보관한 것이었다. 회사가 바뀌고 팀과 직책이 바뀔 때마다 모아둔 것이니 직장 생활 십칠 년의 기록인 셈이다. 한동안은 지나간 어떤 시절도 함께 사라진 것 같아 허탈했다. 그래서 수첩을 꺼내 기억나는 대로 회사 이름, 팀이름에 덧붙여 동료 이름도 적어두었다. 일종의 기억 소환 단서들이랄까. 그림책 <안녕, 나의 보물들>을 읽자, 문득 명함첩을 잃어버린 날이 떠올라 오랜만에 그 수첩을 꺼내 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 틸리는 선뜻 나서지 않는 아이고, 조용히 지켜보는 편을 좋아하는 아이다. 틸리에게는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둔 비밀 장소가 있다. 가족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공간이다. 활달한 형제자매들로 북적이는 곳을 피해 그곳에서 자신만의 보물들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어느 여름, 집수리하던 중 틸리의 비밀 장소는 카펫에 덮여 버리고 만다. 상실의 순간조차 자신 속에 침잠하는 아이. 그것은 틸리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자 성장의 과정이다.
이 책의 서사 방식은 주인공 틸리를 닮아있다. 틸리의 풍부한 감수성은 문학적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집안의 풍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섬세하고 잔잔하게 묘사된다. 그림작가 안나워커는 이 모든 분위기를 수채화와 구아슈를 사용하여 부드러우면서 차분한 톤으로 담아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틸리가 자신의 보물들을 그리워하는 밤의 풍경묘사다. ‘손을 내밀자 별빛이 반짝이며 내려앉았습니다.’라는 시적인 문장과 그림이 조응하며 어둠을 통과 중인 빛나는 존재들을 오래도록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면서 산다. 어떤 때에는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상실의 아픔을 딛고 서는 방법도 각자 다르다. 누군가 ‘보물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아무 소리 없이, 꼼짝 않고, 무사히’라고 이야기해 준다면 어떨까. 아픔을 견디는 힘이 될는지도 모른다. 채근하지 말고 가만히 귀 기울여보자. 나와 당신의 소중한 것들이 가진 목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