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포켓몬을 참 좋아한다.
포켓몬 카드와 피겨를 사고 싶어서 자주 조르고 포켓몬 게임도 즐긴다. 매일 포켓몬 카드를 바닥에 펼쳐두고 살펴보고 혼자 게임을 즐긴다. 아무리 봐도 뭐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하게 포켓몽 빵은 무심했다. 포켓몬빵 대란 속에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 심경에 변화가 찾아왔다. 일주일째 포켓몬빵을 사고 싶다고 조른다. 쿠*을 검색하더니 빵 6개에 3만 원이 넘는 상품을 사달라고 한다. 빵에는 진심인 나는 편의점 빵을 웃돈을 주며 살 수 없었다. 매일 편의점에 소량으로 빵이 입고된다고 하니 사고 싶다면 네가 노력해서 사보라고 했다. 괜한 말이었다. 등교를 걱정할 필요 없는 금요일 밤이 되자 편의점에 갈 준비를 한다.
내일을 기약하며 겨우 아이를 재웠다.
다음 날, 약속을 했으니 빵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본다. 편의점 앱으로 포켓몬빵 재고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 집 앞 편의점에 빵이 1개 있었다.
'설마 포켓몬 빵을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숫자를 의심하면서도 얼굴에 팩을 떼고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게로 달려갔다.
역시... 없다. 주인 말로는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고 한다. 아이만큼 나도 실망했다. 선물 받은 카카오 톡 쿠폰을 모두 꺼내서 물건을 교환했다.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간식이다. 빵은 사지 못했지만 자전거 바구니가 가득 차 있으니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쯤 노력했으면 됐겠지 싶었는데 아이는 오늘 밤을 다시 노린다.
역시 밤에 나가는 건 쉽지 않다. 너무 피곤해서 다시 내일을 약속하며 잠이 들었다. 빵 하나 사려고 이 난리냐며 화도 낸 것 같다. 아침이 되자 회복한 체력만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났다. 아침 운동을 하러 한강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편의점 앱을 열었다. 괜한 짓이었다. '1'을 무시할 수가 없다. 한강이 아닌 편의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속는 것을 알면서도 두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편한 일이 있다. 재고가 있다는 것이 역시 시스템 오류라는 것을 알았으나 가봐야 했다.
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다급해져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운동 대신에 딱 좋은 속도다.
첫 번째 편의점 실패.
다시 열심히 걷는다. 꼬불꼬불 골목길을 찾아 도착한 두 번째 편의점에도 진열장이 텅 비어 있다. 인상 좋은 주인아저씨가 계산대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포켓몬빵 입고 시간을 물었다. 오늘 밤에 빵 2개가 들어 올 예정이라며 9시 반쯤이라고 시간도 알려주었다. 괜히 번잡스럽게 한 미안함과 귀한 정보를 알려준 감사함에 '2+1' 팻말이 붙은 껌을 3개 샀다. 먼 길을 걸어가야 하니 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안 된다고 딱 잘라버리거나 없다고 하면 될 것을. 나 같은 마음이 포켓몬 대란의 주원인일까?
아이는 오늘 밤 도전을 마지막으로 더는 포켓몬빵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겠다고 한다. 다시 가야지…
저녁을 먹고 9시.
출동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이길.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