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신과의사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한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정신과는 다른 과와 다른 점이 있는데, 객관적인 검사기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혈액 검사, X-ray, CT 등을 심리 상태 판단에 이용하지 않죠. 설문지 작성 등을 하더라도 참고만 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감으로 찍는 게 아닙니다. 정신과의사는 3가지 기준으로 사람의 심리적 건강 상태를 파악합니다. 전공의 때부터 이 기준으로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꾸준히 트레이닝 받죠. 그게 무엇인지 이제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생각의 변화입니다. 사람은 원래 생각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갈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죠. 상황이나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의 흐름으로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때엔 생각이 부정적으로 치우친 채, 편협해진 채 지속되게 됩니다.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나 상사도 부정적으로 생각이 되고 불만이 쌓입니다. 생각이 그런 식으로 변화되지 않고 그냥 멍해지는 식으로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중이 잘 안되고 건망증도 심해지는 느낌이죠.
둘째, 감정의 변화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원래 다양합니다. 희노애락을 자연스럽게 경험하죠. 상황이나 내 상태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인 감정의 흐름으로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때엔 감정의 정도나 기복이 너무 커집니다. 그리고 감정의 영향을 오랫동안 많이 받게 되죠. 그냥 한번 이불킥 하고 끝이 아니라 밤새도록, 며칠이 지나서까지 그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짜증나거나 우울해진 상태가 지속되어 일도 공부도 취미생활도 인간관계도 평소처럼 할 수가 없어지죠. 감정이 그런 식이 변화되지 않고, 역시 그냥 멍해지는 느낌으로 아무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감정불능이라고 하죠.
끝으로, 행동의 변화입니다. 이것은 생각이나 감정과는 달리, 겉으로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남들이 눈치채기가 더 쉽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 평소와 달리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말의 속도도 느려지곤 합니다. 얼굴 표정은 굳어지고 움직임은 느려지거나 부산해지죠. 때론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거나 평소 모습과 달리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자주 하게 되기도 합니다. 식습관 패턴의 변화도 넓은 의미의 행동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극과 극으로 변화되어, 평소와 달리 수면시간과 식사량이 확 늘거나 반대로 수면시간과 식사량이 확 줄어들게 되죠.
생각과 감정과 행동, 이 세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감정이 안좋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들고 사소한 자극에 과민한 행동을 하게 되며, 그런 자신을 보며 감정이 더 안좋아지고 더 부정적으로 생각이 되는 식이죠. 생각과 감정과 행동 중 한두가지만 변화될 수도 있고 세가지 모두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내 마음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가장 객관적인 기준으로 내 마음 건강을 살펴보는 방법입니다. 그럼 어떻게 마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다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