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이 안된다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정 조절은 정신건강과 관계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신건강 관리법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리즈로 다룰 예정인데 그 중 첫번째 시간입니다.
레지던트 1년차 때엔 정신과의사로서 경험이 적어서 교수님이 시키시는 단순 업무도 많이 했습니다. 병원에서 숙식을 하니, 아침에 교수님 회진 전에 병동에 올라가 입원 환자분들께 2가지를 꼭 물어보고 적어 오는 것이 제 임무였는데요. 그 두 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잠'입니다.
대충 잘 잤는지 물어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몇시 자고 몇시 일어났는지, 중간에 몇번 깼는지,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드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깊게 잤는지 얕게 잤는지, 꿈은 많이 꿨는지, 낮동안 피곤하진 않은지 등등을 다 확인했어야 했어요.
그땐 시키니까 그냥 했지만 그 후로 경험이 쌓이면서 정말 중요한 체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면 패턴의 변화는 많은 정신질환의 중요한 증상이라서, 입원치료 받으며 나아지고 있는지 매일 체크하는 것이었죠. 우울증의 경우, 잠이 잘 안오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잠을 많이 자는 식으로 패턴이 변화되거든요.
이처럼 수면 패턴 변화는 정신건강 악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레지던트 때 환자가 밤에 잠을 못잤다고 호소하면 교수님께 완전 깨졌죠. 불면이 증상이기도 하지만, 관련된 약물 처방을 해서라도 잠을 잘 자게 도와줘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치료도 잘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울 불안 등 여러가지 증상으로 병원에 오시면, 학업이나 업무로 무리하느라 잠을 충분히 못 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오랫동안 놓였던 건 아닌지 꼭 먼저 확인을 합니다. 해당되는 경우엔 바로 약이나 상담하기 전에 모든 중요한 일을 뒤로 한 채 우선 잠을 푹자게 하죠. 그러면, 그런 분들 중 절반은 증상이 금방 좋아집니다. 주기적으로 상담할 때에도 매번 얼마나 우울한지 얼마나 불안한지는 안물어보기도 하지만, 잠을 어떻게 주무시는지는 꼭 물어보구요.
잠은 정신건강에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잠의 중요한 기능은 3가지 입니다. 첫째, 신체를 충전하며 기능을 회복합니다. 둘째, 낮동안 학습한 중요 내용을 기억하고, 불필요한 기억을 삭제합니다. 셋째, 감정을 안정되게 합니다. 잠의 이 세번째 기능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경험은 다들 합니다. 잠을 잘 못 자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거든요.
잠과 관련된 연구 결과도 참 많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는 인지기능이 음주운전과 비슷한 정도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18시간 동안 잠을 못자면 면허정지 정도, 24시간 동안 못자면 면허취소 정도로요. 또한, 잠을 어느 정도 자더라도 중간 중간 자주 깨는 잠을 자면 짜증만 나는게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바빠서 잠을 줄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수면 부족은 신체 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악화시켜서 집중력과 기억력 감소로 이어지니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잠을 더 줄이는 방식으로 악순환되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의학적으로 대략 하루 7시간 이상은 자야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해집니다.
충분한 시간동안 통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인 수면패턴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 이후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며 학생도 직장인도 수면 패턴이 많이 불규칙해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심리적으로 힘든 것을 경험하는 것은, 이런 불규칙한 수면패턴과도 아주 관련이 깊습니다.
평소와 달리 요즘 심리적 건강이 좋지 않다고 여겨지시나요? 다른 노력보다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충분한 수면 시간의 회복입니다. 꼭 사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