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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열 Sep 23. 2021

심리적 건강을 회복하는 법 (5)

우선, 지난 내용 복습을 잠깐 해보겠습니다. "내 역할과 상관없는, 그냥 나 자신만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셔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안주하지 마세요. 여유 있는 사람들만 하는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수입니다."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겨울에 스노보드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습니다. 동호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처럼 아이들 아빠가 아내 허락 받고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취미생활을 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 친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장모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길래 사위를 끔직히 아끼는 장모님인가 싶었죠. 하지만 장모님이 취미생활을 추천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ㅇ서방, 직장생활과 가정생활만 열심히 하면서 살면, 나중에 바람핀대" 


제가 상담을 통해 경험한 사례들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부터 소위 막 사는 사람들이 외도, 도박 중독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자신의 쾌락 욕구를 억압하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쌓였다가 터지는 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늘 뇌가 작동합니다. 근데 이 뇌는 크게 나눠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생존을 위한 뇌가 있습니다. 공부, 일, 육아와 가사 등은 생존을 위한 뇌입니다. 언제나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의 뇌만 계속 작동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컴퓨터나 폰을 사용하다 렉이 걸리는 느낌이 내 머리에서도 느껴지게 됩니다. 마음 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무기력하고 집중이 잘 안되고 감정 조절도 잘 안되는 식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도 반드시 꿈을 이뤄야 하니까 또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생존의 뇌만 돌리면 결국 방전이 됩니다. 렉 걸린 컴퓨터 무리해서 계속 쓰다 보면 아예 멈춰버리거나, CPU가 나가버리며 꺼지고 수리하지 않는 한 다시 켤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방전되어서, 아무리 의지로 극복을 하려 해도 내 몸과 마음이 말을 안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울증입니다.


왜 이렇게 될까요? 생존의 뇌와 반대 측면인 쾌락의 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쾌락의 뇌는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고 바람직하지 않고 건설적이지 않고 미래 지향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 에너지를 제공해 줍니다.


어쩌다 예쁜 옷이 보이고 사고 싶으면 묻고 따지지 말고 그냥 사세요. 생존의 뇌만 돌아가다 보면, 식욕조절이 잘 안되어서 결국 그 옷은 영원히 못입습니다. 반대로, 옷을 우선 사야만, 오랫동안 멈췄던 나의 쾌락의 뇌가 작동을 하게 되고, 그 옷에 내 몸을 맞추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런식으로 잃어버렸던 삶의 낙이 생깁니다.


나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는데 조차도 생존의 뇌를 돌리게 되기 쉽습니다. 합리적인지를 따지고 다른 사람 보기에 떳떳한 행위인지 따지고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따지죠. 그렇게 억제의 회로가 돌아가다 보면 그런 하고 싶은 마음이 언젠가는 약해지게 됩니다. '잘됐다. 돈 굳었네!' 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런 패턴이 계속 반복됩니다. 쾌락의 뇌는 자꾸 멈추고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삶의 낙이 없어집니다.


쉬운 예로 구매 활동에 대한 말씀을 드린 것이고, 각자 취향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우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는 게 쾌락의 뇌를 작동시키는 방법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생존의 뇌만 돌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게 학생 본분에 맞는 것처럼, 그게 직장인 본분에 맞는 것처럼, 그게 가장 본분에 맞는 것처럼, 그게 엄마 본분에 맞는 것처럼 여겨지니까요. 이렇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 에너지의 흐름에 무지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쩌다 운좋게 쾌락의 뇌가 돌아가려 해도 익숙하지가 않으니 어색하고, 지나치게 부적절하게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쾌락을 뇌를 자주 돌려야, 익숙해지기 때문에 부적절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점점 커집니다. 그래야 마음 에너지가 충전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한 생존의 뇌도 잘 돌아가게 되어 활력과 집중력 있게 공부든 일이든 육아와 가사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쾌락의 뇌를 달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 형편에 쾌락은 사치라는 편견으로 쾌락의 뇌를 안쓰면 녹슬다가 생존의 뇌까지 다같이 멈춰버립니다. 그때는 수리점에 가서 오랫동안 고치지 않는 한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쾌락의 뇌를 돌려보세요. 합리적으로 따져볼 필요도, 다른 사람에게 허락 받을 필요도 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요. 혹시 그러다 쾌락의 뇌만 돌리며 살게 될까봐 걱정이 되신다면 절대 그럴리 없으니 염려마세요. 그런 분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고 이런 심리 관련 글을 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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