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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건축가 Jan 26. 2021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산다.

많이 예를 드는 이야기로, 건축학과 설계 스튜디오 수업 과제하던 이야기가 있다.

일주일에 2번 수업을 하는데, 한번 수업을 하면 거의 하루종일. 어쩔때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업이 건축학과 설계 스튜디오 수업이다.

어떻게 그런 수업이 가능한지 안해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이 수업은 교수님께서 강의하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내외 또는 아예 없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교수님은 크리틱(비평)을 하는 수업이 계속된다.

때로는 학생들끼리도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다보니, 15명 내외의 한 스튜디오 수업을 진행하면, 15시간이 소요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수업을 일주일에 2번씩 준비를 하고, 한 학기 수업에서 한작품 또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두세작품을 제출한다.

학기마다 자신의 작품을 잘 정리해서 제출하는 것을 ‘파이널’이라고 하는데.

이 파이널을 준비하기 위해서 최소 열흘에서 길게는 한달전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교수님에 따라서, 아주 디테일하게 마감해야할 과제의 수준과 리스트를 정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그런 부분들을 대학생의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이 파이널 준비때마다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파이널을 준비해보면, 사람이 두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한 부류는 헤드폰을 끼고 자기 작업에만 몰두하다가, 적당히 자기 할일이 끝나면 쿨하게 집에가서 자고 오는 사람.

한 부류는 끊임없이 이쪽 저쪽을 기웃거리며, 다른 학생들의 작품 진도를 파악하고, 교수님을 대신해 비평을 일삼으며, 스튜디오 전체의 퀄리티 컨트롤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다른사람들이 집에가고 나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며 밤 새 다름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이를 조금 먹고 나니, 후자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다른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쉽게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자신을 위로받기 위해서이다.

나보다 못한 친구들일 수록 편하게 만나고, 나보다 잘난 사람을 쉽게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전자의 사람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늘 불안했고, 궁금했고, 자신이 없었다.

내가 찾았던 해결점은 외부로 향하는 것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를 벗어나 보는 것.

타대학 학생들과 교류를 많이 했고, 인터넷 모임을 찾아 다녔다.

다행히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자심감있게 한 우물을 파지는 못했다.

이제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두고, 그동안 그 불안감에 만났던 사람들. 사람들을 통해 얻었던 경험들. 그리고 지식과 정보들.

넘쳐 흘러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떠다니는 것들을 건져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산다. 자신의 인생을 살지 않는 사람은 작가가 될 수 없다.

요즘 친구들은 그걸 퍼스널브랜딩이라고 부른다.

내가 살았던 인생. 그리고 지금 살고있는 나의 모습.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줄 아는 사람.

그것이 작가가 되는 방법이고, 퍼스널브랜딩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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