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7번째 창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6번 창업을 했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어떤 회사들이였을지 궁금해하시고 물어보곤 하지만, 막상 여러분이 알만한 회사는 없고, 엑싯을 경험하지도 못했으며,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정쩡한 몇번의 폐업과 쓰라린 경험, 미숙함과 어리숙함때문에 아쉬웠던 것들을 포함하여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지루한 이야기 일 뿐, 어떤 임팩트도 없었습니다.
토스나, 스푼라디오처럼 역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에 쉽게 털어놓지 못했는데,
저의 7번째 창업만큼은 지난 과오들과는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렇게 6번의 창업을 회고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었는데, 회사업무에는 별로 만족하지를 못했습니다. 퇴근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공모전이나 알바같은걸 하고 새벽3~4시에 잠들고 출근하는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정도를 하다가, 함께하던 친구들이 전부 졸업을 하는 시점에 그냥 회사를 차려보자고 의기투합했지만, 8개월만에 폐업과 함께, 통장에는 -1,000만원이 찍혔습니다. 3명이 개인사업자 공동대표를 했던 어설펐던 시절이지만, 그때의 패기만큼은 절대 다시 오지 못할거 같습니다.
멋쟁이 사자처럼이 회사가 아닌, 전국구 동아리였던 시절, 3기에 최연장자로 참여해 flask web framework를 포함한 파이썬을 배웠습니다. 이때부터 그냥 개발자를 했으면, 실력 좀 쓸만했을텐데,,, 당시는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2014년으로, 정부에서는 창업지원금이라는게 막 풀리고 있었습니다. '이공계창업꿈나무 연구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지원금을 타게 되면서, 부동산 서비스를 하나 기획 및 개발하게 되었고,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함께 코딩을 배웠던 친구들이 팀원으로 도움을 줬습니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던 시절이라, 크롤링으로 데이터를 구하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었는데, 1,000여개 아파트 단지의 10년치 관리비 상세내역을 화이트해킹을 통해, 크롤링했는데, 정말 조심했지만, 역시나 서버 자체가 닫히면서, 그 이후 어떻게 해야할지 눈앞이 막막했습니다. 지금처럼 투자가 활성화되어있었다면, 투자를 받아서 어떻게든 해보았을텐데, 그저 멍하니 주머니가 비어가는걸 보다가 돈벌러 갔습니다. 당시 사업모델은 지금해도 유효한 시장입니다. 너무 빨랐죠...당시 네이버 부동산에도 관리비정보가 없었고, 부동산 서비스는 직방이 유일했으니까요.
개발했던, 부동산 서비스는 그린리모델링을 위한 사업성 검토 서비스로, 해당 서비스를 위해서 수집했던 데이터는 관리비 정보와 부동산 매물정보 그리고 인테리어 시공정보들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인테리어 시공업체들 정보를 수집해뒀던것이 다음 창업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신혼집 아파트 인테리어를 하려고 하는데, 저한테 자문을 구했고, 저는 소개만 해줄생각으로 업체 미팅을 같이 했는데, 시공비가 예산에 잘 맞춰지지가 않았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토대로 검토를 해보니, 해볼만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친구를 도와줄 겸 첫 인테리어 시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린리모델링 정보만 제공해줄려고 했다가, 직접 시공을 하는 회사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와 저는 데이트를 할때, 카페에 노트북 들고 가서 같이 논문쓰고, 카페에 대해서 블로그하는게 취미였습니다. 같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카페리스트가 300개 정도 쌓였고, 애드센스로 수입도 생겼었죠. 인테리어 시공하는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다음 인테리어 일로 이어지는걸 보면서 본격적으로 블로그 마케팅에 올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000만원도 안되는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시작한 일은, 건당 3억원이 넘는 노후 주택 그린리모델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직접 시공하는게 힘들긴 했지만,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우던 것들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제가 생각했던, 그린리모델링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계속 해나갔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잠원동에 한 노후 주택을 증축 및 그린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건물의 외벽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바닥을 파서 기초를 만들고, 경사형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을 수평으로 컷팅해서 증축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웠지만 저희의 프로젝트는 잘 준공되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축주가족은 잘 살고 있는 프로젝트 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멈추게 되었던 사건은 바로 옆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몇달 뒤 잠원동에서 리모델링을 위한 철거작업을 하다가, 건물이 도로에 있던 승용차 위로 무너지면서, 신혼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도 이런일을 저지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철거현장에 가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었고, 4년여의 시공일을 정리하였습니다.
노후된 건물은 정말 위험하고, 조심해야하는데, 당시만 해도 규제나 지침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그 이후로도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제도적으로 많은 장치들을 통해서 안정성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4] 그동안 쌓아왔던, 리모델링 포트폴리오를 죽이는게 아깝다고 생각되어서, 인테리어 디자인 법인을 별도로 설립하고, 철거일이 그래도 복잡하지 않은 아파트 인테리어만 진행하는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몇 건의 일을 진행하면서 잘될거 같긱도 했지만, 결국 다섯번째 회사에 집중하게 되면서 서서히 폐업수순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두개의 법인을 운영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고, 특히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개의 회사였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그린리모델링을 하다보니, 건물에너지 해석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였고, 틈틈히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환경 관련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었고, 건물은 인허가를 위해서 반드시 기준을 만족시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관련 도면을 작성해야 하는데, 건축사가 직접하기에는 여력이 안되서 외주용역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하나의 전문분야로 성장해가는 것을 목격했고, 공공분야에 국한되었던 건설사업의 환경 규제가 민간까지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녹색건축 컨설팅회사(일명 “그린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공기관을 다니다 퇴사한 지금의 아내와, 타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석사 동기까지 세명이서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는데, 석사 동기를 섭외하기 위해 정말 삼고초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세명의 조합이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데, 꽤 잘 맞았고, 5년 넘게 회사는 잘 성장해 왔습니다. 저는 초기에는 대표를 하지 않았고, 중간에 3년동안 대표를 맡아서 했는데, 그 3년동안 40%씩 매출이 성장하면서 지금의 안정적인 운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odaa.kr/)
제가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건, 그 다음단계로의 성장 모멘텀이 잘 보이지 않아서 였습니다. 용역기반의 컨설팅회사가 가지는 인력중심의 한계가 분명했고, 대기업 영업에 대한 안좋은 경험. 어두운 건설경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주변상황을 탓해야하는 것이 저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아서 제대로 한번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회사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 없이도…
성수동에 살면서 2년동안 생활책방(https://www.instagram.com/lifebooks_official/)이라는 이름으로 책방을 운영하였습니다. 사이드로 하기도 했고, 아내가 출산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안받고 일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했었는데, 오프라인 사업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며, 권리금 받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래도 인테리어 좀 했었던 터라,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홍보도 됬지만, 책은 팔리지 않았고, 대부분의 수입은 대관료였습니다.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잘 할 수 있을거 같아서, 언젠가 반드시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다시 책방을 열 생각입니다.
제가 정말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자유"였던거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창업은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창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버는 일은 언제나 남이 하기 싫은 일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100%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하기 싫은 일을 해주면서 돈을 벌게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돈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된다고 시간적 자유가 확보되지도 않습니다.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휴가를 가도 머리속에서 회사일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전화도 계속 옵니다. 어디 잠시 도망가려고 해도 직원들 눈치가 보입니다. 공동창업자가 생기거나, 투자를 받거나 하면 회사의 의사결정도 내맘대로 하지 못합니다. 회사에 대한 자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창업을 통한 "자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꿈꿀 수 있는 자유입니다. 저는 체게바라의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창업가들은,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껏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뛰어갈 수 있는 사람들. 저는 저의 생각의 자유를 위해 창업을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될거라 믿으며.
이번 창업은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창업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그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꿈꾸고 성장하고 작은 성공들로 기뻐하는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건설산업의 기후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는 건설사업의 관리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을 높이는 솔루션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문제와 고객의 문제가 만나는 점을 찾아서, 돈을 버는게 임팩트 스타트업(소셜벤처)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은 아주 큽니다. 그만큼 우리의 가능성도 큽니다.
저는 제스트가 건설산업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스트는 CEO와 CTO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좀 "도와줘야겠다, 함께하고 싶다" 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zest_inc@naver.com으로 메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