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균 자가치료+저포드맵 식단 3주 차 변화
한순간에, 그동안 좋아했던 모든 음식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멀쩡하던 무릎과 발가락 관절이 말썽을 부리고, 매일 같이 오한에 시달리던 그 때. 땀에 흠뻑 젖어서 잠에 깨는 일이 잦은 그 당시의 현실이 더 힘들고 까마득했다. 아무리 불닭볶음면을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해도 간절해지면 끊어낼 수 있는 일이었던 거다.
그래도 유제품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유가 정 마시고 싶은 날엔 락토프리 우유로, 요거트는 유청을 뺀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먹었다. 그렇게 2주간 저포드맵 식단과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꼬박꼬박 이어나갔다.
여기에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렉틴이 많은 곡물류와 퓨린이 많은 고기류)까지 자제하려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우 한정적이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니 힘이 났다.
매끼마다 사진으로 담고 하루하루 식단 일지를 기록하는 일이 슬슬 익숙해질 때였다. 무릎 부종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고 자가치료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밀가루, 설탕, 알코올을 제한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서 3주 차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가장 뚜렷하게 느꼈던 변화는 화장실 배변 횟수였다.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시작하고 3일째부터 생긴 변화인데 그 뒤로 매일 한 번씩 큰일을 봤다. 이처럼 규칙적인 신호가 오다니, 항생제 부작용을 크게 겪고 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도, 국물만 몇 번 홀짝이는 걸로 만족했다. 최애 음식을 3주 동안 입도 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이 스스로 증명해내다니 존경심이 드는 효과(?)도 있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느꼈던 긍정적인 변화로는 1. 내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었나 싶을 정도로 속이 편안해졌다는 점 2. 본의 아닌 다이어트 효과를 덤으로 얻어서 옷 핏이 좋아졌다는 점 3. 신기하게도 얼굴빛이 환해지고 밝아졌다는 점이다. 턱 밑 여드름의 크기도 조금 줄었다.
이런 미세한 변화들을 느끼면서 그저 너무 감사했다. 나이 31살에 온몸이 아플 정도로 장이 망가지다 보니 어둡고 깜깜한 동굴에 갇힌 기분이었는데, 드디어 한줄기의 빛을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보는 빛은 더 밝다.
이제는 내 작은 일상 하나하나가 아름다워 보이더라.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내 마음을 돌보는 일,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기 위해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요리하는 모든 장면이. 그리고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사함이 들었다.
과민한 장 덕분에 좋은 습관과 마음가짐이 드는 느낌이었다. 철저히 건강을 돌보기 위한 단순한 삶으로 들어서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그날그날 통증의 정도가 달라지는 관절들을 예의 주시하며 나만의 건강관리를 지속해나가야 했다. 과민한 장에게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