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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미 Aug 20. 2022

독립적인 캥거루족이 되어보자

나만의 저포드맵 요리 레시피

어제부터 무릎관절이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삶의 질이 부쩍 올라갔다. 아주 그냥 살 것 같다. 이렇게 신체 움직임이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롭게 알겠더라. 


또, 오늘 아침은 다른 때보다 일찍 눈이 떠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 신호가 왔다. 한 때 불규칙한 배변활동으로 맘 고생, 몸 고생했던 프로 장트러블러에게는 이것이 가장 행복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어김없이 칸덱스 2알로 오전 일과 시작! 

오레가노 오일을 먹기 전에는 30분 정도 유산소 걷기 운동을 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도대체! 

그래도 첫날부터 무리하진 않기로 했다. 약 2년 전에, 러닝 운동을 하다가 온 얼굴을 뒤덮은 급성 두드러기가 생각났다. 이 때도 내 장 건강이 천천히 망가지고 있었던 때라고 생각하니, 유산소 운동과도 관련이 아주 없지 않을 것 같았다. 


딱 반바퀴만 돌고, 집에 돌아와 오레가노 오일 1알을 삼켰다. 


다음은 건강하게 아침 식사 챙겨먹기. 

요즘들어 제대로 아침 식사를 챙겨먹기 시작한 것 같다. 칸디다 자가치료 영양제 복용 루틴대로 실천하려면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훗날 자가치료를 종료한 이후에도 아침 식사를 챙겨 먹게 될 것이라는 미래 암시였을 지도. 이 얘기는 차차 다시 하도록 하자) 



아침은 락토프리 우유로 만든 그릭요거트에 오트밀을 살짝 넣어줬다. 칸디다 자기치료만 아니었다면 메이플 시럽을 뿌렸을 테지만! 


일찍 일어나 산책도 하고, 아침 식사까지 챙겨 먹고 나온 것만으로도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하루. 무릎관절뿐만 아니라 발가락 관절도 뻣뻣해지고 편치 못한 상태라 좋아하던 뾰족 구두 말고, 양말처럼 편한 니트 플랫 슈즈를 신고 출근했다. 


점심은 현미 귀리밥에 게살 날치알 샐러드, 계란후라이, 아보카도, 구운두부였다. 아보카도는 고포드맵에 속하지만 요즘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아 먹어봤는데- 실패였다. 내 몸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뱃속에 가스가 차서 페퍼민트 차를 꺼내 마셨다. 앞으로 아보카도는 정말 조금만 먹어야겠다. 



점심은 회사에서 시켜먹는 샐러드 도시락이라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문제는 저녁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30대 미혼 여성이라 온갖 집안일에서 면제가 되는 혜택을 누리곤 있지만- 칸디다 자가치료 중 식사 준비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저포드맵 식단을 부모님께서 잘 아실리가 만무했고, 그렇다고 내가 부모님께 저포드맵 요리를 해달라고 하는 건 세상 불효년스러운 행동이라 생각했다. 결국 내가 편한대로 요리를 해 먹는 것이 모두가 편한 방법! 그 동안 퇴근하고 돌아오면 차려진 밥만 먹기 바빴는데 이제는 전부 내가 알아서 하려니, 우리나라 모든 자취생과 부모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저녁은 저번에 사둔 닭가슴살이 생각나서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만만한 볶음밥으로 결정했다. 일명 '저포드맵 볶음밥'. 몸에서 크게 거부반응이 없었던 일부 고포드맵 재료들도 추가해 넣었다. 



[초간단 저포드맵 닭가슴살 볶음밥 레시피] 

소요 시간: 30분 (퇴근 후 굶주린 배를 빠르게 채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생명이다.) 

난이도: 하 


1. 해동한 닭가슴살소금, 후추 간 하기 

2. 후라이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대파 / 닭가슴살 볶기 

3. 다진 양파(고포드맵 주의) / 토마토 / 두부 함께 볶기 

4. 간장 크게 1숟가락 정도 넣기 

5. 굴소스도 크게 1숟가락 정도 넣기 

6.  적당량 볶기 


실은 항생제 부작용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장누수 증후군에 시달리기 전까지 자취집을 알아보러 부동산을 많이 알아봤었다. 본격적으로 대출까지 알아보던 찰나에, 운명의 장난처럼 갑작스럽게 온몸이 아파지기 시작해서 올스탑된 상황. 


결국, 지금은 자취고 나발이고 오로지 건강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다시 본가에 눌러앉게 됐다. 


본의 아니게 캥거루족이 되었다 이 말씀. 

칸디다 자가치료와 병행해야 하는 저포드맵 식단 관리 때문에 직접 장도 보고 요리도 하다 보니- 잠시 자취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것도 올해의 뜻밖에 수확이 아닐지? 이참에 독립적인 캥거루족으로 지내봐야겠다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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