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리미 Oct 30. 2022

뜻밖에 발견한 위장장애 빌런

칸디다균 자가치료 2주 차, 식단관리보다 어려운 이것

뜻밖에 발견한 위장장애 빌런 


2021년 6월 둘째 주 월요일. 

점심 메뉴로 카레가 나와서, 가게 사장님께 성분을 여쭤보니 옥수수 전분이 들어간다고 하셨다. 옥수수는 고포드맵이고 전분은 저포드맵이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됐다. 가장 안전한 건 '먹지 않는 것'이겠지만, 나에게 맞는 식단을 찾으려면 시도해 봐야지 않겠나! (솔직히 카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지난번에 방심하고 카레를 많이 먹었을 때는 속이 썩 좋지 않았으니 조금만 찍어 먹어보자. 예전 같았으면 밥알이 충분히 적셔지도록 양껏 비벼서 먹었을 테지만 이제는 살짝 밥에 발라 먹을 정도로만. 


그런데 이때부터 '카레' 때문인 건지, 아님 '스트레스' 때문인 건지 또 한 번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이 날 처음으로 회사 팀 메신저로 소통을 주고받다가 갈등이 생겼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 화가 날 만큼, 당시에는 심장이 쾅쾅 뛰는 게 느껴지고 목이 바짝 말랐다. 또 온몸이 긴장되면서 뜨거운 열이 났다. 하필 점심 식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터진 일이라 그런지, 좀 전에 먹은 카레밥이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트림이 계속 나오고 불편했다. 


사실 그동안 조금씩 참고 누르고 있던 것이 드디어 터진 것이었다. 그동안 상대방과 나 사이에 '선' 하나를 두고 넘어올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 날은 제대로 선을 넘은 느낌이었다. 나와 부딪힌 상대는 우리 팀의 '신입'이었지만 나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훨씬 많은, 그러니까 선임 같은 신입이었다. 나이와 직급은 비례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저 업무만을 가지고 피드백을 해줬다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결국, 업무와 벗어나는 감정적인 문장을 주고받게 된 거다. 


<<마음이 무기가 될 때>>라는 책에서도 자존심과 두려움 때문에 일을 망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분쟁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혹시 내가 자존심과 두려움에 얽매여 있진 않은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 역시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왠지 속이 후련했고, 내가 한 행동에 큰 후회가 들지 않았다는 건 안 비밀(?). 


다만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안타까웠을 뿐이다. 기껏 이런 일에도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야 하나? 싶었다. 솔직히 할 말을 안 하고, 싸움을 피했어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다.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시작하면서- 비록 날짜를 잘못 계산하기도 하지만 항진균제도 늦지 않게 바꿔주려고 하고, 매일 먹는 음식의 성분들도 찾아볼 정도로 열심히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 관리'인 것 같다. 이것까지 잘 관리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건강관리일 텐데 난제다, 난제! 


왠지 이번만큼은 식단 관리의 문제라기보다, 심리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명상 앱(Calm)을 켜고 눈을 감았다. 



들숨과 날숨을 쉴 때 잠깐 멈추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는 내레이션이 들렸다. 하지만 갈등이 있고 난 직후라 그런지, 중간중간 떠오르는 잡념과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호흡 연습을 하고 나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 위한 조언 몇 마디가 흘러나온다. 갈등 상황에서 스티븐 코비는 '먼저 이해하고 이해시켜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뿔싸 싶었지만, 이 날만큼은 정말 그렇게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명심해 보겠다고, 자신 없는 약속을 하긴 했다. 사실 왜 지키기 어렵겠다고 느꼈냐면- 


이따금씩 마음 챙김을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어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모든 걸 참아내야 한다는 의무감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한때는 정말로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가끔씩 상대보단 나를 위하는,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고로 아직은 적당히 참고, 적당히 부딪히고 싶다. 

단,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만 잘- 해소하고 싶다. 


잘 소화해야 하는 건 음식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포함임을 잊지 않으면서! 



+칸디다균 자가치료 2주 경과, 변화 관찰 기록


일주일마다 바꿔줘야 하는 천연 항진균제를 실수로 하루 일찍 바꿈. 

자몽씨 추출물 첫 복용. 오전에 1알, 오후에 1알 먹기로 함. 

얼굴에 작은 뾰루지들이 조금 올라오는 듯. 

어제오늘 몸이 좀 가렵기도 한 것 같음. 

그밖에 배변활동은 원활함. 

관절은 그날 먹은 음식이나 컨디션에 따라 붉어지거나 붓고 아플 때가 있지만, 전체적으론 점점 좋아지는 중. 

 

+본의 아니게 3kg 감량한 다이어터의 웃픈 방석


아침, 점심, 저녁마다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들로 섭취하기 시작했더니 본의 아니게 다이어터가 되어버렸다. 어느덧 살이 약 3kg 정도 빠진 것이다. 누가 보면 살을 빼고 싶어서 식단 관리를 하는 줄로 보이겠지만 엄연히 나는 항생제 부작용으로 인해 장이 안 좋아지고, 관절 통증까지 생기면서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가뜩이나 어릴 때부터도 살이 잘 찌지 않는 마른 편에 속했던 나였기에 다이어트는 더더욱 불필요한 것이었다. 


하여간 3kg라고 하면 별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관절 때문에 운동까지 못하다 보니 근육까지 줄어들었나 보다. 딱딱한 바닥이나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 뼈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불편했다. 결국 핑크색 방석을 들고 회사 사무실까지 출근했다. (회사 근처에서 방석을 구매할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장트러블러는 굶어 죽으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