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 선생님에게 공짜로 얻은 중요한 힌트
기능의학 내과병원 의사 선생님조차 나의 증상에 대해 '특이하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일단 장 건강 회복을 중점으로 치료하는 방향을 제안해주셨다. 중장기적인 치료인 만큼 비용도 1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꼭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방법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장 치료의 최소 50% 이상은 '식단'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 따라서 기능의학 내과병원에서는 장이 약하고 안 좋은 환자들에게 식이요법으로 '저포드맵 식단'을 권유한다고 하셨다. 쉽게 설명하자면, 그저 장에 자극이 적은, 또는 없는 음식들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다. (자세한 식단 관리 방법은 6화에서 계속)
추가로, 저포드맵 식단과 함께 장 건강이 취약해진 환자들에게 의사 선생님께서 따로 추천하는 유산균이 있다고 하셨다. '뮤코바G 플러스'라는 제품인데, 장 점막 재생에 도움을 주는 L-글루타민도 있고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아연 성분이 들어간 초유 유산균이라고. 오, 설명을 듣자마자 당장 먹어보고 싶어졌다. 문제는 사악한 가격이었지만. 그것은 1일 1포씩 한 달 분량만 벌써 1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유산균이었다.
훗날 돈 낭비였다고 후회할지라도 일단 사 먹어보는 수밖에! 덕분에 케케묵은 나의 소비관까지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건강에 자부했던 탓인지, 살면서 건강 의약품에 돈을 쓰기 아까워했던 나였다. 5만 원이 넘는 음식은 아무렇지 않게 사 먹으면서, 영양제는 5만 원이 넘으면 사지 않았다.
그것도 널리고 널린 유산균을 10만 원이나 주고 사야 한다니? 소비 가치관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100만 원짜리 내과 치료도 거부한 상황에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아픈데,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장 건강을 회복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유산균이 필요하다는데 먹어야지.
처음엔 무릎이 아파 걷지 못하는 것이 장 건강과 무슨 상관일까 싶었지만 친언니가 말해준 '장누수 증후군'(장 내벽에 구멍이 생겨 체내 미생물이나 독소 등 유해물질을 차단하지 못하는 증상)을 알아보면서 이쪽에 치료의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면역세포가 체내 유해물질과 함께,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이른바 '자가면역질환'이 내게도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자가면역질환은 80여 종류나 될 정도로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건 아토피,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것이다. 그중에 무릎이 퉁퉁 붓고 아픈 내가 의심해볼 만한 질환은 다발성 근염이나 피부근염, 섬유근육통이었다. 그렇다면 4년 전부터 내가 장염에 잘 걸렸던 이유도, 장누수 증후군으로 인해 체내 미생물들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 얼굴 쪽에 생겼던 대상 포진과 급성 두드러기도 어쩌면 같은 원인일지도.
그렇게 나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유산균을 기다리는 동안 저포드맵 식단을 공부하며 과민해진 장을 다스리는 자가치료의 길에 발을 들였다.
여기서 잠깐. 내가 본격적으로 '자가치료'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건 '칸디다균'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포드맵 식단을 시작한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다. 굳이 나의 식단 관리법을 6화에서 자세히 다루겠다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칸디다균 자가치료를 병행하면서 한 단계 더 혹독한 저포드맵 식단을 실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이요법에 앞서 다음 5화에서는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다는 끈질긴 세균 덩어리, 칸디다균을 박멸하기 위해 계획한 방법을 공유해보겠다.
✔ 글쓴이는 의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과민한 장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자가치료를 택했고, 직접 실천하며 극복해온 과정을 에세이로 담았습니다. 고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이렇게도 해볼 수 있겠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또, 저처럼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염증과 면역세포의 관계?
지난 화에서도 썼지만, 병원 투어가 아주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우선 혈액 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가 남들보다 2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기능의학분야도 함께 다루는 내과 병원에서 NK세포 검사도 추가로 진행했는데 평균 이하의 수치가 나왔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라고 한다. 즉 세포 수가 부족하면 그만큼 바이러스와 암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내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치라고, 코로나 시국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NK세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셨다. 간단한 주사요법으로도 NK세포 수를 늘릴 수 있다고 하셨지만, 난생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솔직히 의심스럽기도 했다.
나를 이 지경 이 꼴로 만든 지독한 항생제도,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해주신 거니까 믿고 먹지 않았나. (비록 다른 병원이었지만) 때문에 다른 약물들도 충분히 의심해 볼 수밖에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국은 '안전하면서도 가볍게 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염증의 원인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져봐야 알 수 있다고 하니 번거로워도 아주 번거로웠고.
어쨌거나 NK세포 수를 늘리는 주사요법은 받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이 장누수 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장 내벽에 구멍이 생겨서 침입하는 유해 물질을, 이 면역세포가 공격하면서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