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현 Feb 01. 2023

#12. 당했어요, 전세사기

벌써 2월이지만

제가 쓰는 내용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100% 정확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적인 견해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22년 9월경 전세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가을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벌써 23년 새해가 밝았고 어느새 2월의 첫날이다.

출근을 해서 업무를 시작하려고 앉자마자 울리는

 '집 파인' 앱의 알람, 집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람이었다. 카톡 한번, 문자 한번, 앱 알람 한번 총 3번이나 알려주는 친절한 집 파인이다.

난 또 혹 등기부등본에 문제가 생긴 걸까, 나도 압류가 해제되었나 싶었으나 그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 달 3월 12일에 딱 종료하고 깔끔하게 이사를 갔을 테지. 

사실 재계약하고 싶었다.

집이 너무 좋고, 내가 혼자 살면서 이런 컨디션의 집을 또 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것이 현실인 것을. 나는 나가야 한다. 어제 단톡방을 보니 보험 이행이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숨이 턱! 한 달 만에 뚝딱 해결된다면 정말 감사하면서 살 수 있는데 허그도 힘들겠지, 파산 이야기도 살살 들려오는 걸 보면. 그래도 오늘은 좋은 뉴스가 보였다.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100명 한 달 새 보증금 돌려받았다.'


전세 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속칭 '빌라왕' 김 모 씨 사건의 피해 임차인 중 주택도시 

보증 공사(허그)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속속 보증금을 

돌려받고 있다는 어쩌면 조금 안심이 되는 뉴스,


피해자 모두가 어서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제 천천히 봄이 오는 걸까, 물론 난 아직 대출

연장과 임차권등기를 비롯한 산들이 몇 개는 더 남아있지만 한줄기 빛은 나에게도 쪼금 비추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아침에 씹은 껌 껍데기에도 

'포기하지 마 난 네 꿈을 응원해'라고 쓰여있었다. 아 물론 꿈.. 아니 꿈 맞다. 이것도 꿈이다.


어느새 '빌라왕'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각종 매스컴에서,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벌써 서너 차례 사건을 다루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뉴스 소식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귀에 익어버렸다. 사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적극적으로 언론을 타면서 밝혀진 사실 중 하나가 부채비율이 80%에 가까운 소위 깡통주택이 서울시에만 50%가 넘고 그중 이번 빌라왕 사태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강서구는 79%, 인천과 경기도 역시 60%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깡통전세가 빌라왕 사태와 전부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 강서구가 깡통전세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아 상당수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사례만으로 3,000여 채이고 그 외 여러 언론매체에서 언급된 다른 지역의 사례만 합쳐도 몇천 채 이상을 진즉에 넘긴 상태라서 당장 터지지 않았을 뿐 피해자들 또한 엄청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본인이 처한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내가 속한 단톡방 또한 나를 포함해 3월부터 전세 만기가 줄줄이 소시지다. 이제 시작이다.


천벌받을 사기꾼들. 오늘도 기도한다.

웃는 일 한번 없이 하루 종일 우울해서

땅만 보고 걷다가 새똥 맞으라고.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