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자

는 취준생의 다짐

by hallieparker

매우 애매한 시기다. 삶의 많은 부분이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올해 25살이 되자마자 난 앞으로 빠른년생 나이로 살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갑자기 한 살이라도 어려지고 싶었다. 스물다섯은 아직 나에게 너무 이른 숫자 같았다. 초과학기를 다니고 있다. 듣는 수업이 3학점짜리 온라인 MOOC 수업 하나뿐이라 학교를 갈 일이 없으니 거의 백수나 다름없다. 2월에 인턴을 마치고 한 달을 쉰 뒤, 이맘때쯤이면 새 인턴자리를 구해서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꿈은 많은데 실행력이 약하다. 마음속으로는 '기깔난 브랜드 하나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단은 마케팅이라고 답한다. 당장 브랜드를 차릴 깡도 없고, 지식도 기술도 없으니 일단은 광고기획, 마케팅 인턴 위주로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요즘 침착맨의 삼국지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유비를 '웅대한 꿈을 가진 자'라고 평한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웅대한 꿈을 가졌다. 그냥 다른 사람들 사는 것처럼, 시시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럴 깡이 없다. 그리고 그런 웅대한 꿈과 현실은 괴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현실에 계속 실망하다 보니 자꾸 지치는 것 같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길은 꼭 한 갈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 있으니, 꼭 내가 생각했던 하나의 길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돌아가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나답게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멋지고 좋다고 말하는 길 말고,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길을 걷고 싶다. 정답이 아니라 그냥 나다운 길을 걷고 싶다.

20개 정도의 인턴 자리에 서류를 넣었으나,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 기간이 한 달을 넘겼다. 할 수 있는 게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니. 나는 기다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기다리기만 하다가 내 인생이 다 지나갈 것 같아서 하나를 새로 실행해봤고, 하나의 새로운 꿈도 생겼다.

첫 번째는 나만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거창하지만, 그냥 팝송 릴스 계정을 운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냥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올린 두 번째 영상이 대박이 났다. 현대판 모차르트인 제이콥 콜리어가 오케스트라와 아무런 상의 없이 즉흥으로 곡을 창조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릴스가 조회수 66만 회를 넘긴 것이다. 심지어 지드래곤도 좋아요를 눌렀다. 기분이 좋아서 이것저것 더 올렸다. 그중에 8만 회, 2만 회를 넘긴 영상도 있었다.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운영하다 보니 지금은 또 조회수가 꼴아박았지만... 어쨌든 하나 새로 시작했다.


하나의 새로운 꿈은,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무인양품이든, 유니클로든, 이케아든 직접 현장에서 고객들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일원이 되어서 일해보는 게 어떻게든 유의미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니까. 그래서 결국 무인양품 판교점에서 연락이 와서, 화수목금 풀타임으로 일하는 스태프로 일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근하기 직전 주말에, 내가 이전에 서류를 넣었던 곳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무인양품 면접 보기 전에 연락하지... 너무 머리가 아팠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무인양품에서 일할까 하다가, 그 회사에 대해 더 알아보니 너무 일하고 싶어졌다. 만약 합격한다면 무인양품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딱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무인양품 점장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면접을 보러 갔다. 1:1로 1시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정말 이야기할수록 이 곳에서 더더욱 일하고 싶어졌다.


결국 지금은 다시 백수 상태로 돌아와서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솔직히 합격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면접관님은 나와 회사의 핏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셔서... 일단 큰 기대는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어쨌든 떨어지면 다시 무인양품 알바 지원하면 되지! 싶다.


결론: 비교하지 말고 나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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