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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ju Aug 27. 2020

똑똑한 밀레니얼 여행자라면 홍콩 ‘이 동네’에 호텔을!

타이페이에 살며 홍콩을 짝사랑하다. Vol.2

At ‘The Continental’, 인스타그램 @dreamju



지난번 홍콩 여행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봄날, 다시 홍콩을 찾았다. 시리즈 제4편 ‘옛 홍콩의 향수가 담긴 호텔 The Fleming’에서 소개했듯, ‘타이페이-홍콩’ 라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승객수 많은 국제노선 1위로 꼽히는 구간. 고작 한 시간 남짓되는 비행에 오르는 마음은 마치 제주도 가듯 가볍다.



‘옛 홍콩의 향수가 담긴 호텔 The Fleming’ 편 보러 가기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고심해서 선택하는 것이 ‘호텔’ 일만큼 나에게 호텔이란 단순한 ‘숙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여행의 도구이다. 그래서 보통은 그 호텔이 갖고 있는 매력도, 예컨대 스토리, 디자인, 히스토리, 시설 등을 두루 살펴 당시 여행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곳을 고르게 된다. 유명 호텔의 화려한 네임 벨류보다는 홍콩의 ‘The Fleming’처럼 처음 들어보는 부띠크 호텔의 신선함을, 교통의 요지에서 오는 편리함보다는 방콕의 ‘The Siam’처럼 좀 외지더라도 운치 있는 강변가를 선택하는 것이 나름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Admiralty에서 Central로 이어진 홍콩의 도로



하지만 내가 임신 후기에 들어선 만삭 임산부로 여행길에 오르면서, 이번 홍콩 호텔은 무엇보다 ‘주변에 있을 것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동하기 편리한’… ‘위치’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어버렸다. 우선 센트럴만큼 업스케일(Upscale)하면서도 비교적 한적하며 골목골목 귀여운 상점들과 트렌디한 레스토랑/바들이 포진해있는 ‘완차이(Wan Chai)-애드미럴티(Admiralty)’는 홍콩을 여러 번 접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 그중 럭셔리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와 ‘애드미럴티(Admiralty) 역’이 바로 연결되어 물리적으로 최상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JW Marriott Hong Kong’이 이번 여행의 호텔로 낙점되었다.



홍콩섬 애드미럴티에 위치한 ’JW Marriott Hong Kong’


 

무려 1989년도에 문을 연 ’JW Marriott Hong Kong’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메리어트 그룹의 플래그쉽 호텔 (Flagship Hotel)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메리어트 옆으로 U자 곡선을 그리며 홍콩을 대표하는 특급호텔, ’콘래드(Conrad)’, ‘샹그릴라(Island Shangri-La)’, ‘디 어퍼하우스(The Upper House)’ 네 곳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위치해 있어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동네이기도 하다.



메리어트를 비롯해 네 개의 특급 호텔이 모여있는 곳



특히나 홍콩 베이스의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André Fu’의 호텔 인테리어 데뷔작이자,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 ‘디 어퍼하우스(The Upper House)’는 아시아에서 손에 꼽히는 럭셔리 호텔로, 원래 메리어트의 international staff가 사용하던 호텔의 36/F부터 50/F까지의 서비스 아파트먼트를 재개발해 새롭게 탄생한 곳이다.



모던 럭셔리 © The Upper House
하버뷰, 마운틴뷰의 멋진 객실 내부 © The Upper House



어퍼하우스 49층에 위치한 ‘CAFÉ GRAY DELUXE’는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홍콩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애프터눈 티도 인기가 많지만 이른 저녁 식사를 예약해 파란 하늘의 홍콩과 어둑해지며 더욱 무르익는 분위기 모두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퍼하우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49층에 위치한 ‘CAFÉ GRAY DELUXE’
날이 어두워지며 더욱 무르익는 분위기



내가 특히나 이 동네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네 개의 특급호텔이 화려한 퍼시픽 플레이스를 등진채 산을 바라보며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홍콩섬의 모든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호텔 앞을 산책할 때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카페들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 ‘The Continental’에서는 웨딩촬영을 하기도 해서 특히나 애정이 간다.



호텔 옆에 위치한 아름다운 레스토랑 ‘The Continental’
웨딩촬영의 추억, 인스타그램 @dreamju



아시아 최초의 메리어트 호텔로, 지어진지 30년이 지난 ‘JW Marriott Hong Kong’은 2018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마쳤다. 트렌드에 맞춰 전 객실 ‘Non-Smoking Hotel’로 정책을 바꾸었고, Executive Lounge를 비롯하여 608개의 룸이 재정비되었다. 고객의 편안한 숙면을 위해 7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고급 매트리스가 구비되었고, 직접 선택할 수 있는 6개의 베개 옵션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레노베이션된 객실 © JW Marriott Hong Kong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레노베이션 덕분인지 룸 컨디션은 쾌적하다. 홍콩 호텔 치고는 공간도 꽤나 널찍한 편. 건너편에는 콘래드 호텔도 힐끗 보이는데, 양면의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보는 홍콩의 마천루는 언제 보아도 서울, 타이페이와는 무언가 다른 ‘세련됨’이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양면의 유리창
창문 너머로 보이는 Conrad 호텔



어릴 적 기억이 강제 소환되는 올드한 수전을 보자니 객실의 모든 부분을 레노베이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메리어트 홍콩에는 아쉬움을 달래줄 한 가지 메리트가 있다. 세명이 여행할 경우에도 베드 추가 없이 한 방에서 숙박이 가능하다는 점. 기본 객실의 Capacity가 흔치 않게 ‘3인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홍콩 호텔처럼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에는 엑스트라 베드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세 명이서 여행을 했던 나에게는 굉장히 유용했던 옵션이었다. 



옛날 옛적 정겨운 수전
기본 3인 정원의 객실 메리트
안개 낀 산이 보이는 수영장



메리어트 홍콩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같이 빼놓지 않았던 일과가 있었는데… 하루 일정을 마치고 객실로 올라가기 전, 호텔과 연결된 ’퍼시픽 플레이스’ 지하에 위치한 ‘Great Food’에 들려 다음날 아침 먹을 요거트를 사 오는 것이었다. 아시아 제일의 국제 도시답게 생전 처음 보는 각양각색의 수입 요거트들로 가득 차 있는 이 곳은 우리에게 친숙한 그릭 요거트부터 코코넛 요거트까지, 정말 선택권이 너무도 많다. 참고로 그중 베스트는 쌀이 실제로 가득 들어있던 영국 Müller사의 ‘쌀 요거트’! 



쌀이 가득 들어있던 Müller사의 ‘쌀 요거트’
맛도 있는 데다 정말 든든
친숙한 그릭 요거트부터 코코넛 요거트까지!
밑에 소모양 바코드가 귀여워서 찰칵



치즈, 올리브, 향신료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주스까지도 너무 다양해 매일 와도 새로운 퍼시픽 플레이스의 ‘Great Food’. 덧붙여 홍콩을 ‘와인 허브’로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와인에 부과하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고품질의 와인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애주가에게는 더욱이 천국이다.



치즈, 올리브는 물론,
향신료, 주스까지 볼게 너무 많은 ‘Great Food’
호텔과 연결된 MTR ‘Admiralty’ 역에서도 다양한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퍼시픽 플레이스에 입점된 ‘Lane Crawford(레인 크로포드)’ 백화점은 탁월한 브랜드 셀렉션과 세련된 디스플레이로 유명한데,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리빙 섹션’이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한 ‘The Upper House’의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André Fu’가 파격적으로 리빙 라인을 론칭해 여러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오묘한 파란빛이 도는 카펫은 그의 여러 호텔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새로 론칭한 ‘André Fu Living’
‘Lane Crawford’의 리빙 섹션



퍼시픽 플레이스 2층에 위치한 ‘Fuel Espresso’는 내가 홍콩에서 가장 사랑하는 커피집이다. 주문을 할 때면 진하고 고소한 ‘라테’와 달달한 ‘마살라차이티’ 사이에서 매번 고민이 깊어진다. 홍콩 로컬 브랜드라고 생각했지만 흥미롭게도 인도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오픈한 커피집으로, 수도인 웰링턴, 홍콩, 상하이에 지점을 갖고 있다.



퍼시픽 플레이스의 ‘Fuel Espresso’
'Fuel'의 카페라테 & 마살라차이티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나와 완차이 방면으로 걷다 보면 세련된 홍콩 로컬들이 사랑하는 동네, ‘Sun Street, Moon Street, Star Street’에 다다르게 된다. ‘해, 달, 별의 거리’라는 이름부터 시적인 이 좁은 길들의 주변으로는 개성 있으면서도 트렌디한 레스토랑, 카페, 샵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마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라이프스타일 매거진, ‘MONOCLE’의 샵
가장 안쪽에 위치한 ‘Sun Street’
‘Star Street’에 위치한 아파트먼트, ‘STAR CREST 星域軒’
독특한 프린트를 판매하는 ‘ODD ONE OUT’



워낙이 친절한 도시 ‘타이페이’에 살다 홍콩으로 여행을 오면, 사실 툭 튀어나오는 그들의 익숙한 ‘무뚝뚝함’에 새삼 놀랄 때가 있다. 직원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맛있는 쌀국수 한 그릇이 서로 다르게 인상적이었던 ‘Moon Street’의 베트남 레스토랑 ‘Brass Spoon’.  



‘Moon Street’의 쌀국수 맛집, ‘Brass Spoon’



예쁜 곳 많은 ‘Moon Street’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동화 같은 외관의 ‘Artemis & Apollo’는 홍콩 외식업계의 큰 손, ‘Black Sheep Restaurants’가 야심 차게 오픈한 그리스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이 발에 차이게 많은 홍콩에서 당최 어느 식당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신 있게 ‘Black Sheep Restaurants’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고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퀄리티가 우수하다.)



‘Moon Street’의 그리스 식당, ‘Artemis & Apollo’
: 우편물이 꽂혀있는 모습이 한 편의 엽서 같다
지중해에 여행 온 듯한 분위기



‘Artemis & Apollo’의 런치 아워에는 ‘세트 메뉴’만 주문이 가능한데, 한화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도 높은 알찬 한 를 즐길 수 있다. 그날 골랐던 후무스, 구운 가지의 그리스식 전채 요리 ‘MEZZE’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석류 샐러드는 정말 산뜻했고, 그리스식 납작 빵 피타에 싸서 ‘차지키’라는 요구르트 소스에 찍어 먹는 치킨, 돼지고기 수블라키도 마치 지중해에 놀러 간 듯, 이국적인 재미를 더해주었다. 임신 중이라 그림의 떡이었던 화이트 와인은 석류가 동동 떠있는 시원한 그리스식 카모마일 아이스티로 (아쉽지만) 대신했고 말이다.



한화 2만 원대의 훌륭한 런치 코스
따뜻한 피타에 싸 먹는 수블라키
시원한 그리스식 카모마일 아이스티



‘Artemis & Apollo’ 바로 옆에는 홍콩 요식업계의 또 다른 유명인사, ‘Pirata Group’에서 운영하는 캐쥬얼 파스타 BAR ‘Pici’가 위치하고 있다. 예약을 안 받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픈 시간 11시에 맞춰 갔었는데, 금세 모든 좌석이 손님들로 가득 찼을 정도로 로컬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거의 모든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생 트러플이 올려진 파스타, ‘Tagliolini with Truffle’가 ‘Pici’의 시그니쳐 메뉴인데, 실제로 포토제닉 할 뿐 아니라 생면의 식감과 생 트러플의 향기 조합이 기가 막히게 좋다. 완차이 외에 센트럴, 침사추이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니 여행 동선과 맞춰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캐주얼 파스타 BAR, ’Pici’, 사진은 Central 지점
식사 시간이 되면 바로 손님들로 꽉 차는 핫한 곳
‘Pici’의 시그니쳐, ‘Tagliolini with Truffle’
더 많은 타이페이/홍콩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dreamju’


더 많은 타이페이/홍콩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dre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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