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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지이 Mar 13. 2024

작은등산가방 원대한 꿈의 시작이되다.

먼지가득한 등산장비들을 다시 꺼내보다.

매달은 아니더라도 달마다 한번씩 동네사람들과 함께 명산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가기 싫어도 부모님 등쌀에 옷을 주섬주섬 찾아입으며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저 짜증만 나는 일이였던 기억이 난다. 버스에 올라타면 참석인원중 제일어린 날보며 아웃주민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모임의 평균연령을 낮춰준다며 환영해주시던 기억, 은박지로 포장된 미지근한 김밥한줄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 온갖 초콜렛과 과자들로만 가방을 빵빵하게채운 기억등...먼 옛날은 아니지만 피곤함으로 시작해서 내 나름의 작은 성취감을 얻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 기억들이 점점 흐릿해질쯤 친한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북한산에 같이가자!거기 너무너무 좋아!"

"그래!너무좋다!"


흐릿한 기억들이 다시금 선명해지면서 뭔지모를 도전정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작 전화한통으로 이렇게 되어버리다니...나에겐 과거 억지 취미활동이였을뿐인데..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코로나 때문에 무료해진 일상속에 단비같은 소식이였다.

코로나가 뻿어간게 어디 한두개 뿐이겠냐만은 , 언젠가부터 취미활동이라는게 집안에서만 해결하는

지루한 일상을 조금 덜 지루하게 해주는 일뿐인게 되어버린지 오래여서 등산을 한다는것 자체만으로

들뜨기에 충분했다.


"언니 뭐뭐 챙겨야 하는지 알려줄게"

"아니야!나 다 있어!"


나느 호기롭게 대답하고 바로 옷방으로 달려가서 아직 2주나 더 남은 일정에 대한 준비를 했다.

물론, 빠알간사인펜으로 달력에 큰 동그라미 부터 그렸다. <북한산!>이라는 표기와 함께.


다시꺼낸 등산용품들을 나란히 정리해보았다.

먼지 묻은 28리터 등산가방이 왠지모르게 멋져보인다.

어느산에서부터 묻어 온건지 모를 흙이 송송 붙어있는 오래된 등산화가 멋져보인다.

유행은 지났지만 아직도 튼튼한 등산복이 멋져보인다.

이제 나에게 등산용품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내가 즐길 수 있는 내 취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왔다.

28리터 가방에 과자만 담았던 나는 이제 기억속에만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나 왠지 등산을 좋아하게 될 것같아!이제 원하는 방향으로 출발할 때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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