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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성근 Jul 16. 2020

빅마켓 이적은 스몰마켓 에이스의 숙명?

NBA '그리스 괴인' 아데토쿤보와 이적 루머

야구의 또 다른 묘미는 스토브리그에 있다. 시즌이 끝난 겨울에 열리는 이적 시장을 스토브리그라 부른다. 스타플레이어를 잃은 팬들은 상실감에 빠질 테지만, 반대로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NBA에서는 딱히 여름 이적시장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 (간혹 '에어컨 리그'라고 부르지만,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NBA 이적 시장은 보통 이맘때쯤인 한여름부터 시작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연기로 올해 10월이 되어야 열릴 예정이다. 근데 때이른 이적 소식으로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거나 뜨겁게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Greek Freak,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다.


Who is Antetokounnmpo?


NBA 팬이 아니더라도 르브론 제임스와 스태픈 커리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야니스 아데토쿤보 , 이름도 특이한 이 선수는 아직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NBA를 본 팬들이면 안다. 이 선수가 리그의 다른 어떤 선수보다 압도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르는 사람도 이번 기회에 꼭 이 선수를 알아두자. 야니스는 그리스 아테네 출신으로 키 211cm, 팔 길이를 뜻하는 윙스팬은 221cm나 된다. 키는 앤써니 데이비스보다 큰 친구가 뛰는 건 러셀 웨스트브룩이 속공하듯 코트를 달리고, 마누 지노빌리처럼 유로 스탭을 밟는다. 마무리는 샤킬 오닐처럼 강력하다(절대 과도한 묘사가 아니라고 생각함). 실제 야니스는 경기당 30점을 넣고 14개의 리바운드를 잡고 6개의 어시스트를 해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Greek Freak, 그리스 괴인이라고 부른다. 솔직히 이 선수의 '압도적인' 코트 장악력을 글로 설명하기 너무 어렵다. 공수에서 지금 가장 좋은 폼을 유지 중이고 NBA 2K(PS 게임)에서도 야니스는 정말 막기 힘들다. 심지어 뚫기도 어렵다. 올해의 수비수 후보에 오를 정도로 수비력도 리그 최정상급이다. 이번 시즌 백투백 MVP가 유력한데, 아직 만으로 25살밖에 안됐다. 진가는 영상으로 확인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0rMxWWsG4CQ


 Giannis Antetokounnmpo  to  GSW ?


야니스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우선 이적 루머를 정리해보자. SNS에서 이 선수를 검색하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이애미, 뉴욕 등 다른 팀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골든스테이트 팬들의 '한 여름밤의 꿈' 수준에 불과하다. 야니스가 공개적으로 골든스테이트를 차기 행선지로 언급한 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다. 다만 추정컨데, 야니스가 커리와 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고(어느 빅맨이 커리와 뛰는걸 마다하겠나), 둘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둘은 NBA 올스타전에서 상당히 괜찮은 호흡을 보여줬다. 또 워리어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오클랜드 → 샌프란시스코) 티켓 파워가 강해졌기 때문에 구단주가 사치세를 부담하더라도 야니스를 데리고 와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워리어스가 주전 선수 여러 명과 미래 드래프트권 여러 장을 밀워키에 내주는 식의 사인 앤 드래프트가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케빈 듀란트가 가지고 왔던 영광의 순간들을 야니스와 함께 재현한다는 정말 환상적인 '시나리오'다. (커리와 탐슨, 그린, 위긴스의 몸 값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GSW 이야기할 때 더 자세히 말해보자.)


냉정하게 말해서 야니스가 2년 연속 동부 1위(현재 진행 중인 2019-2020 시즌 포함)를 달리고 있는 원소속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갈 이유는 많지 않다. 워리어스에는 커탐이 건재하지만 내년 성적은 알 수 없는 것. 한 가지 이적할 이유를 꼽자면 그건 '돈'이다. 밀워키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나면 야니스를 잡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추정되는 계약 규모는 슈퍼맥스 2억 5400만 달러. 우리 돈 3,047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야니스와 친하지 않아서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현재 고려되는 1순위는 재계약이 아닐까 싶다. 밀워키는 야니스를 잠재력을 알아봐 준 팀이고 지금의 MVP급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코트 위에서 자유로운 역할을 준 팀이다. 데뷔 때만 하여도 약체팀에서 지금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강한 팀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하지만 밀워키에도 2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밀워키와 아데토쿤보의 2가지 변수


우선 샐러리캡의 축소다. NBA는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리그를 3개월 이상 중단하면서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 당장은 구단이나 선수들에게 돈을 뱉어내라고 하지 않겠지만, 이는 내년도 샐러리캡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날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그가 흥행가도를 달릴 때는 샐러리캡이 확대됐었고, 악재로 힘들 때는 축소가 되는 것도 당연지사. 이렇게 되면 밀워키는 야니스에게 슈퍼맥스 계약을 안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름 좀 알려졌다 하는 준척급은 모두 '슈퍼맥스'를 받는 돈 잔치를 벌이는 NBA지만, 샐러리캡이 축소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야니스에게 슈퍼맥스를 주더라도 샐러리캡을 비우기 위해서 다른 선수들을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밀워키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팀에 남기는 것이 이번 여름 가장 큰 숙제일 텐데,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역으로 야니스가 장기 계약을 맺지 않고 팀에 더 머물면서 리그 샐러리캡이 늘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긴 하다.)


두 번째 변수는 밀워키의 우승 실패다. 밀워키는 지난 시즌 동부와 서부를 통틀어 전체 1위 팀이었다. 밀워키의 홈구장인 파이서브 포럼에서는 시즌 내내 'FEAR THE DEER'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토론토에 2승 뒤 4연패를 당하면서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도 밀워키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완전 다른 차원의 무대이기 때문에 밀워키의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케빈 듀란트가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워리어스에 좌절한 뒤 바로 여름에 이적을 했던 것처럼, 밀워키의 우승 실패는 야니스의 행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듀란트는 돈보다 우승 가능성에 가치를 뒀다. 물론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워리어스에서 2회 우승을 한 뒤 브루클린에서 돈까지 챙기는 '행복한 길'을 걷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도 동부 1위 팀을 떠나 서부에서 AD를 만나 다시 우승을 노린다. 야니스도 돈과 의리, 우승 중 하나를 선택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자신의 데뷔팀을 떠나 빅마켓에서 커리어 꽃을 피운 선수들은 많다. 늑대의 왕 케빈 가넷은 (미네소타 → 보스턴) 대도시에서 빅3를 구축해 생애 첫 우승을 이뤄냈다. 제2의 가넷이 되길 기대했던 케빈 러브는 (미네소타 → 클리브랜드) 르브론과 어빙의 러브콜에 클리브랜드에서 새 전성기를 열었다. 샤킬 오닐은 (올랜도 → 레이커스) LA로 넘어와 코비와 함께 쓰리핏을 달성했다. 새 팀에는 더 화려한 동료들, 최신식 홈구장, 새 유니폼을 입고 기다려주는 대도시의 팬들까지 기다리고 있다.  NBA 28개 구단의 인구, 구단 가치, 수익 등을 기준으로 빅마켓과 스몰마켓을 나눠볼 수 있다. 빅마켓은 뉴욕 닉스, LA 레이커스, 시카고 불스, 보스턴 셀틱스, 브루클린 네츠, 휴스턴 로키츠, 골든스테이트(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 마이애미 히트 정도. 스몰마켓은 밀워키 벅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애틀랜타 호크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유타 재즈. (OKC와 산왕은 인구수에서는 최하위지만 구단 가치는 높다) 빅마켓으로 이적해 전성기를 달리는 선수는 숱하게 봐왔지만, 스몰마켓으로 들어가 소년가장으로 우승을 일궈낸 사례는 드물다. 야니스뿐 아니라 올해 가을에는 빅마켓이 노려볼 대어가 많다. 앤써니 데이비스, 더마 드로잔, 브랜든 잉그램, 안드레 드러먼드, 고든 헤이워드가 시장으로 나온다. 빅마켓 입장에서는 돈 문제는 일단 영입 후에 걱정해도 된다. 슈퍼스타만 있으면 돈은 뒤따라 해결되는 아주 쉬운 일이니 말이다. 


야니스 입장에서 보자, 빅마켓에서 자신의 이름값은 더 뛸 것이다. 유니폼도 더 팔릴 것이며, 줌 프릭(야니스 아데토쿤보 시그내처 농구화)도 더 많이 팔릴 것이고, 나이키가 제시하는 계약금도 더 늘 수 있다. 한 마디로 연봉 외 수입이 크게 늘 수 있다. 실력뿐 아니라 코트 밖의 자신에 대한 관리와 투자가 가능하다.


스몰마켓 에이스의 숙명인가?


스몰마켓 에이스가 빅마켓 이적 후 '최강 듀오' 또는 '삼각편대'를 만들고 우승을 이뤄내는 스토리는 너무 뻔한 드라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앞서 많은 스타들이 그렇게 움직여왔다.  특정 팀 팬이 아닌 순수 농구팬으로 야니스가 어디로 향할지는 상상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긴 하다. 한여름 밤의 꿈으로 남을 수 있지만 상상해보자. 커리의 패스를 받아 덩크를 꽂는 야니스, 아니면 뱀 아데바요와 함께 속공을 달리는 야니스도 나쁘지 않다. 뉴욕에서 그 누구랑 역사를 쓰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은 스몰마켓 에이스가 동료들과 함께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 모습이 스포츠 정신인 굴기와 헌신, 동료애가 한 번에 느껴지는 좀 더 진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밀워키에게 이번 여름과 가울은 매우 중요하다. 여름은 통산 2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며, 가을은 아데토쿤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첫 우승은 오스카 로버트슨과 카림 압둘 자바가 1971년에 만들어 냈다.) 야니스의 데뷔 시즌이던 2013-2014 시즌, 팀의 승률은 18%에 불과했다. 리그 최하위이자 프랜차이즈 최저 승률. 이제 팀도 야니스와 함께 성장했고 정말 무서운 FEAR THE DEER로 거듭났다. 일단은 우승을 하면서 야니스 머릿속에서 우승 트로피에 대한 갈망을 지워버리는 게 중요할 것이다. NBA는 비즈니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승부에 대한 갈망과 팀에 대한 헌신 외에 다른 요소들이 많이 개입한다는 거다. 특히 돈.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르브론은 AD와 레이커스에서 뭉쳤고, 브루클린에서 듀란트와 어빙은 재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라서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 글을 끝맺으면서 예측하자면 차기 행선지는 밀워키 >>> 골든스테이트뉴욕≥마이애미레이커스 (뉴욕과 레이커스는 제이슨 키드 효과 기대) 정도로 뇌를 굴려본다.


사진출처 : 밀워키 벅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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