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느닷없는 위기에 대처하는 마음의 자세
처음에는 한 천만원 정도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1억, 2억을 넘어 3억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예금 2천만원과 대출 3억을 합쳐 총 3억 2천만원.
아내는 그렇게 3억 2천만원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꿈이라 생각했다.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이고 잠에서 깨면 사라질 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나에게 닥친 현실이었다. 3억이면 대기업 직장인 월급으로 거의 십수년동안 모아야 되는 금액이다. 지금 살고있는 집을 매입한게 3년전인데, 아내와 결혼 이후 모아둔 돈 2억 3천만원에 대출을 추가해 샀다.
결과적으로 3억 2천의 채무를 갚기 위해서는 살고있는 집을 팔고 다시 신혼의 자산상태로 돌아가야한다. 0부터 다시 시작이다. 나이 마흔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나이게 나이 마흔의 동의어인 불혹은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만큼 강해진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지금은 수많은 위기가 찾아오는 나이이니 견디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사건 이후 약 2주간의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지금은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떠한 마음자세로 살아갈지 계속 고민중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힘들 것이다. 이어지는 경찰조사, 소송, 채무변제의 과정이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의 글은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삶이 우리 부부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졌고, 앞으로 어떻게 답변해 나가는지 우리 스스로 보여주고 다짐하는 의미로 쓴다.
또한 나중에 우리 아들이 컷을 때, 위기의 순간 엄마와 아빠가 가족을 유지시키며, 삶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보여주자는 의미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