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3억을 사기당했다!(7)
인간의 생존에는 무엇이 더 도움이 될까? 돈일까 사람일까? 인간의 행복에는 무엇이 더 영향을 미칠까? 돈일까? 사람일까?
행복학자인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보면 행복을 느끼는 인간의 감정은 생존에 적합하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할때 행복을 느낀다. 수많은 행복의 상관요인 연구결과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향성이고, 심지어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불편하지 않은 지인들과의 관계와 만남에서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자주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간 역사에 돈이 등장한 후,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과정 없이 돈으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에 오류가 생겼다. 돈이 많으면 생존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돈이 크기는 행복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인간사에서 돈은 그 역사가 아직 짧기에 인간뇌의 행복버튼을 바로 눌러주지는 못한다. 물론 돈을 다른 이들과의 경험을 함께 하는데 쓴다면 행복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저 돈이 많아서, 소비와 소유가 많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지진 않는다. 그래서 현명한 부자들은 본인들이 가진 돈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한다.
사실 나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자로 살고 싶다. 많은 돈을 벌고 싶고, 그 돈으로 건물주가 되서 노후를 편안하고 여유있게 지내고 싶다. 부자가 되어 많은 경험을 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아내의 사기사건으로 3억을 잃고 나서, 나는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여유란 과연 무엇인가?돈이 없다고 해서 의미있는 일을 못하는가?
지금 당장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없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돈이 더 있다해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리라 장담할 순 없다. 지금 바로 의미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돈이 생긴다해도 못할 것이다. 돈은 비교의 속성이 있어서, 나중에 돈이 생기더라도 다시금 나보다 더 돈 많은 사람과 비교하며 부족하다 느낄 것이다. 결국 계속된 돈의 비교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교만하게 만든다. 의미있는 일은 더 부자가 된 다음으로 미룰 것이다. 돈이 있고 없고는 사실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빈곤이 바로 문제다. 내가 잃었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문제다.
돈을 잃고 나서 나 자신의 가치도 그만큼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없다해도 나라는 사람의 본질적 가치, 내가 배운 것, 나의 스토리, 나의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다.
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은 것은 다 잃은 것이라 했다. 지금은 돈만 잃었다. 나의 명예를 잃지는 않았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잃진 않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돈, 명예, 건강을 한꺼번에 다 잃으셨다. 삭탈관직 당하고, 죄를 뒤집어 쓰고 유배되었으며, 가족이 처형 당하고, 자식들의 벼슬길까지 막혔고, 스트레스로 인한 체증과 위경련에 시달렸다. 그러한 분도 삶의 위기를 연구와 저술, 타인에 대한 가르침으로 승화시켰다.
돈밖에 잃지 않은 나는 아직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불평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