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3억을 사기당했다!(8)
그리스신화를 보면 신의 형벌을 받아 끊임없이 커다란 바위를 산위로 옮겨야 하는 시지프스가 나온다.
느닷없는 불행이 다가왔을때, 그리고 그 불행이 나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그러한 종류의 불행이라면 그것은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과 같다. 잠들 무렵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던 마음인데 아침에는 다시금 무거워진다. 온갖 종류의 걱정들이 다시 머릿속을 헤집는다. 잡념들을 다시금 제자리에 놔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과거에 대한 미련은 소용없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만 생각하자. 이러한 다짐과 각오는 지속적인 에너지와 의지가 필요하다.
아내가 사기당한 초기에는 오히려 담대했다. 난생 처음보는 아내의 기죽은 표정이나 슬픈 모습때문에 오히려 내쪽에서 위로해줬다. 그런데 사기꾼들이 잘못이지 내가 무슨 잘못이냐고 역정을 내며 기 살아나는 아내. 그런 아내를 보니 담대한 나는 작아지고 비난하는 내가 커진다. 거기에 보태 다른 이는 뭐라해도 당신은 내편이 되어 줘야지라며 오히려 나를 가르치는 아내를 보면 내 안의 화가 커지기도 한다.
아내에 대한 원망과 화가 커지다가도, 다시금 시지프스처럼 저 높은 곳으로 바위를 옮기기 시작한다. '그래, 아내가 무슨 잘못이야, 사기꾼들이 교묘하게 속인게 문제지', ' 자기도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기세등등한 척 하는거지 속으로는 매일 울고 있을거야', '지금까지 항상 똑똑한 딸과 며느리, 그리고 집안의 기둥이었는데 사기 하나때문에 지금까지의 공을 송두리채 무너뜨린게 본인도 억울하겠지', '사기 당한 돈이야 뭐 나만 기여한건가? 아내도 같이 기여한거지', '내가 너무 냉정하게 아내 잘못을 지적했네... 내가 내 표정을 봐도 화날거 같아', '그래 연애할때는 아내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까짓 돈 3억쯤이야', '어쩌면 이러한 사기는 내가 당할 것을 아내가 대신 당해주고 있는 건지도 몰라. 내가 견디지 못할 것을 아내가 대신 견뎌주고 있는 것인지도...', '이번이 두번째 인생이라면, 첫번째 인생에서는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다 삶을 낭비했을 거야, 이번에는 서로 보듬고 격려하면서 살아야지'
하루에도 여러번 내 마음속 두 존재가 서로 다툰다. 하나는 그냥 원망하고 책망하며, 뭘 해봤자 소용없다는 존재,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굴 탓하거나 과거에 미련두지 말고 앞으로 계속 격려하며 노력하자는 존재. 이 두 존재들 사이에서 시지프스의 바위를 멈췄다 밀었다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내일 또 바위는 산 아래로 굴러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내 마음속 의지라는 존재에 불을 지펴 힘을 불어넣으리라. 때로는 나약해지며 또 때로는 담대해지며... 내가 부처같은 성인은 아니니 언제나 모든 것에 담대하고 해탈할 순 없겠지... 그래도 시지프스처럼 계속해서 노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