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아름다운 청춘들의 치열한 이야기
막내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와, 정말 맛있다.”
막내의 탄성에 나 역시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떼내어 입에 넣었다. 켜켜이 쌓은 크레페 사이로 향긋한 유자향의 생크림이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별로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케이크는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본 케이크 중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케이크이었다.
사실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한 여학생이 내게 선물로 준 케이크이었다. 지원했던 공기업에 최종 합격했다며 한 손에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 여학생의 얼굴에는 너무나 밝게 빛났다. 사실 그 여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면접 컨설팅을 받으러 온 그 여학생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에 웃음도 많았지만 최종 면접에 대한 걱정 때문에 표정이 좋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덕분에 공기업 최종 면접에 8번 넘게 응시했지만 계속 탈락했기 때문에 더욱 안색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 여학생이 나를 찾아온 계기는 공기업 취업준비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한 여학생의 합격후기 때문이었다. 합격후기의 그 여학생 역시 공기업 최종 면접에서 9번 정도 탈락했었다는 내용을 보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찾와 왔다.
그 여학생이 그동안 탈락했던 공기업들을 물어보니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공기업들이었다. 나 역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원한 공기업 역시 그에 못지않은 좋은 공기업이었다. 그 여학생과 함께 면접 연습을 시작했다.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계속 탈락했을 거라는 처음 걱정과 달리, 그 여학생의 면접자세와 태도, 그리고 표정관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동안 면접 준비와 면접 경험이 많다 보니 답변들 역시 충실히 준비되어 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 완벽한 답변 내용들에 있었다. 그 여학생은 합격하고 싶은 욕심에 하나라도 더 자랑을 하려고 하고,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꼭 말하려고 하는 점들이 문제였다. 게다가 답변 내용을 거의 암기해서 기계적으로 답변을 하다 보니 답변 내용은 훌륭했지만 면접관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었다.
실전과 같이 면접 연습을 하면서 그 여학생의 잘못된 답변들을 계속 수정해 주었다. 자신을 자랑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 생각, 경험들을 그냥 솔직하게 답변하도록 유도했다. 답변의 톤 역시 수정했다. 많은 것을 말하고 싶은 욕심에 자신도 모르게 빨라지는 답변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었다. 장황한 사례를 말하지 않고 답변 공식에 따라 핵심을 먼저 답변하고 그 이유를 간결히 답변하면서 답변의 분량을 줄이는 대신 답변의 속도를 늦춘 것이다. 그리고 진정성이 전달되도록 답변의 높낮이, 강세를 수정해 주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여학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따라와 주었다.
이렇게 면접 연습을 마치고 집에서 연습할 것들을 숙제로 내주었다. 며칠 후, 다시 찾아온 여학생은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들을 거의 완벽하게 수정해 왔다. 답변들 역시 깔끔해지고 진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면접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답변 방향을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그 여학생의 1분 자기소개를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강점 3가지를 나열하던 방식에서 자신의 마음가짐과 인성을 면접관들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직 지원자 145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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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고마움을 잘 알기에, 아버지를 왜 도와드려야 하는지 잘 알기에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습니다.
오늘 면접에서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면접 연습을 마친 그 여학생에게 마지막으로 “충분하니까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모든 것을 보여주고 오라.”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와 힘차게 손바닥을 마주치고 갔던 그 여학생은 며칠 후, 면접을 마치고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면접을 잘 보고 왔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정말 나의 말처럼 면접이 끝나고 나오면서 속이 후련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1분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서 면접관들의 표정에서 뭔가 좋은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일주일쯤이 지난 후, 그 여학생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드디어 지원했던 공기업에 면접에서 최종 합격한 것이었다. 마침내 2년 정도 계속했던 지겨운 취업준비생 생활을 마치고 들어가고 싶었던 공기업에 당당히 합격을 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나를 찾아온 그 여학생의 얼굴에는 행복과 기쁨이 가득 차 마치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취업컨설팅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이렇게 합격한 학생들이 나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주는 때이다. 고맙다는 인사도 좋지만 합격 후에 인상 자체가 확 달라져서 찾아오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정말 기쁘다. 가끔은 이렇게 합격한 학생들이 가져오는 선물과 그 마음이 너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준 것도 아니고 대가를 받고 약간의 조언과 도움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달콤한 케이크를 맛볼 때마다 19년이나 근무했던 공기업을 관두고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늘도 집에 가서 그 여학생의 기쁨이 담겨서인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케이크를 먹다 보면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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