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문화와 기억의 접점
잭의 어머니는 미국인 아버지가 결혼 정보 카탈로그를 보고 선택한 여성이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홍콩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모두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었다. 종이를 접어 동물을 만들고, 숨을 불어넣으면 살아움직였다. 어린시절의 잭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종이 동물들, 특히 종이 호랑이를 무척 아꼈다. 그러나 성장하며, 동양인의 눈을 가진 자신이 백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면서부터 어머니와 닮은 모든 것이 싫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동물은 모두 상자에 넣어 치웠고, 영어로 말하지 않는 어머니에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년이 될 때까지 어머니를 외면하며 자랐고, 그녀가 암으로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호랑이가 잭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접힌 종이 호랑이에 적혀 있는 어머니의 편지엔, 그녀가 들려주고 싶어하던 오랜 이야기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빛나는 팔, 웃음소리, 신들의 음식. 우리 기억은 그렇게 압축되고 통합된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돼서 머릿속의 한정된 공간에 박힌단다.하나의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로 바뀌고, 긴 대화는 문장 한 줄로 줄어들고, 하루는 덧없이 사라지는 즐거운 느낌으로 농축되지.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ㅡ스케치가 되는거야.사진이 아니라.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