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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리코드 Sep 27. 2022

ep.2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 말이 진짜였다.

 1년만 도와 드리기로 한 PC방에 33살이 넘도록 있게 되었다. 그렇게 6월. 정확히 33.5살이라고 해야겠구나. 폐업을 했다. 나와 엄마 모두에게 N번째 폐업이 되었다. 프랜차이즈 PC방을 운영하며 오만가지를 다 겪어봤는데 결과적으로 이건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끝도 제대로 된 상의 없이 끝내버렸다.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갈)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갑자기 백수가 되었다. 33.5살에 아르바이트만 하고 지내기엔 생활이 안될 것 같고, 다시 회사로 갈 생각은 잠깐 스치긴 했으나 33.5살에 경력단절인 나를 뽑아줄 곳은 몇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2년 전에 뽑아 놓은 패키지를 꺼내보았다. 


 패키지는 보기만 해도 흡족했다. 그런데 대체 뭘 해야 하지. 원래 하려던 걸(남성 악세사리 브랜드) 하면 되는데 왜 못하겠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악세사리는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극명한 제품에 내 모든 걸 올인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전처럼 수익을 낼 자신이 없어서일까. 그렇게 미루고 미뤘다. 사실 대체할 아이템은 작년 10월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반신반의했다. 이게 맞을까.     


 그런데 이제는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발등이 타고 발목까지 불이 붙었다. 우선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금형 업체부터 찾았다. 마음 같아서는 금형 업체가 몰려있는 문래동이니 부천이니 어디든 가서 사장님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아직 간절함이 덜 한 걸까. 아니면 두려움이 큰 걸까.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렇게 몇 군데 업체와 컨텍을 하고 드디어 첫 미팅에 잡혔다. 급하게 디자인 레퍼런스들을 대강 덕지덕지 붙여 기획서를 만들었다.


 사실 바로 시작한 것 같지만 폐업을 하고 거의 2달은 쉬었다.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개인적으로 해오던 네이미스트와 브랜딩 기획일을 하였다. 빼먹은 거라고는 2주에 한 번씩 있던 브랜딩 컨설팅을 가야 하는 것 말고는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경조사가 있어도 잠깐 가서 인사하고 밥도 안 먹고 돌아오는 게 일쑤였다. 주말에는 정말 정신도 없게 바쁘니까. 그리고 정말 끔찍했던 건 이 업종이 연중무휴 24시간이라는 거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9시, 10시, 12시, 2시 등등 다양한 단축 시간들이 있었지만 마감 청소만 3시간이 걸리니, 일찍 끝나도 소용이 없었다. 


 암흑 구덩이에서 나온 기분이었다. 물론 시원하거나 황홀하진 않았다. 망해서 문 닫은 게 뭐가 좋겠냐만은 그저 이제 내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숨통이 트였달까. 2년 만에 처음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오니, 이제 진짜 시작할 때가 됐구나 싶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그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허무하게 끝나버렸지만 다른 시작을 위해서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이제는 하려 한다.


 그 시작은 금형 업체 미팅으로 시작됐다.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ABS 사출/금형을 하는 업체였는데 화성에 위치한 업체 한 곳과 시흥에 위치한 업체 한 곳을 하루를 잡아 돌았다.


 이렇게 또 N번째 사업이 시작됐다.



[업체 정보 ]
사업을 해보지 않았을 때, 대체 어디를 가야 정보를 얻는지 너무 궁금했다.
이른 나이에 시작하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적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도움이겠지만 매 화에 나오는 업체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혹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따로 말씀 주시기 바란다.
*내가 직접 다녀온 곳 그리고 직접 겪은 방식만 써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의 방식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사출/금형


사출:플라스틱 가공 기법으로, 미리 가공된 틀에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 재료를 주입해 성형하는 공법.

금형:제품을 만드는 툴로 내구성 강한 금속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틀(형)로, 동일 규격의 제품을 대량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


쉽게 말해, 금형은 붕어빵 틀이고 사출은 붕어빵 틀에 반죽을 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출/금형 업체

사출과 금형을 각각 할 수도 있지만 보통 사출/금형이 모두 가능한 업체를 찾는 것이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1. 네이버 카페:4차원 성형 기술이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2008년에 개설된 카페인데 많은 사출/금형 등의 업체 분들이 계신 곳이다. 궁금한 점도 잘 알려주시고, 이곳에서 연락을 잡고 미팅을 하면 된다. 여기서는 네이버 채팅이나 쪽지도 많이 이용하니, 알림을 잘 확인해야 한다.


2. 플랫폼:볼트앤너트라는 제조사(공장)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금형'이라고만 검색해도 많은 업체들이 나온다. 하지만 보통 대량 생산 위주라 열 곳 정도 전화해보고 포기했다.



*주의할 점

1) 사출/금형의 재료에 따라, 가능한 곳이 있고 가능하지 않은 곳이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소량 생산 가능한 공장을 컨텍하여 갔지만 플라스틱만 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정확한 재료(소재)를 유선상으로 얘기하고 가능하다고 하면 방문해야 한다. (글만 보면 당연한 거 같겠지만 처음엔 모를 수 있다.)


2) 소량 생산 여부-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하는 경우에는 아무 상관없지만 소량으로 진행할 시, 가능 여부를 잘 봐야 한다. 금형은 보통 1만 개 단위이다. 그 아래로는 소량이라고 볼 수 있다.


3) 금액-비싸다. 비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비싼지는 몰랐다. 1,000-2,500까지 천차만별이다. 물론 간단한 디자인이면 더 저렴할 수 있다. 나는 금형 틀이 3개나 필요한 어려운 작업물이었다. 금형은 한 번 해놓으면 생산되는 개당 단가는 저렴하지만 금형비도 무조건 깎아야 한다. 말 한마디로 금액이 달라지는 곳이 이쪽 일이다. 

*나는 원체 특이한 디자인이라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디자인 전부를 사용하는 것은 안되지만 어느 정도 기존에 생산된 틀을 가지고 응용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금액은 10/1 가까이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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