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미하다 Aug 09. 2019

크래프트 맥주의 배달을 허하라!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는 우리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까요?

영국에 살면서 한가지 좋은 점은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매달 8가지의 새로운 맥주가 작은 잡지와 함께 집으로 배달되는 것이지요.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beer52로부터 이달의 맥주와 잡지를 받았습니다. 여름을 맞아 캠핑장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에 대한 정보와 함께 영국 각지의 크래프트 맥주가 배달되었어요.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벨루가>인데요.  매달 새로운 야식과 함께 다양한 맥주를 골라 배달해주던 <벨루가>가 얼마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세세한 이야기는 뒤로하고, 결국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통신판매를 금지하는 법 때문이었지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치킨집에서 맥주를 배달하는 것은 여론에 떠밀려 허용하고,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는 안된다는 것인데,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통주의 경우에는 무형문화제 보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데, 종합해보면 술의 온라인판매에 대한 정책은 '우리 술과 술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철학이나 고려 없이 그때 그때의 사회 분위기에 따라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장되어버리기엔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에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큐레이션을 통해 유통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 슈퍼마켓을 거치치않고 중소기업의 다양한 맥주를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맥주 맛보다는 유통망 장악을 통해 손쉽게 이익을 얻어왔던 맥주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 맥주 시장에도 작으나마 균열을 낼 수 있겠지요. 서울과 지방의 산업 격차가 크고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산업 육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상당수가 안동, 가평, 속초 등 지방에 생산 공장이 위치해 있는 크래프트 맥주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런 중소기업의  맥주를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고요.


또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혼자서, 혹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집에서 간편하게 여러 술을 접할 수 있어 자연스레 건전한 술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에 비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어려운 지방에서도 큐레이션을 통해 물리적인 제약 없이 새로운 맥주를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Beer52는 올해 초 남북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전하며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했고, 5월에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EU와 영국 브루어리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맥주를 소개했습니다. 술은 필요악이나 사회적 비용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사회적 비용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지요.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우리의 술 문화는 우리의 관심과 사랑만큼만 자라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의 배달을 허하라!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곧 전국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맥주의 샤프란, 드라이 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