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향과 꽃 향 가득한 맥주와 다양한 요리 페어링
맥주를 맥주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보리도, 알코올도 있지만 홉을 빼놓을 수 없겠죠?
홉은 맥주의 쓴맛을 내어 맥아의 단맛을 적절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홉은 천연 방부제라 맥주가 쉬어서 식초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요즘은 뉴잉글랜드 IPA와 같이 발효 과정에서 많은 홉을 넣어 마치 콜드브루 커피나 냉침한 차 같이 풍성한 향을 가진 맥주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런 공정을 '드라이 홉'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클라우드 워터 브루어리는 이런 드라이 홉을 이용한 맥주 장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올해에는 작년 미국 서부의 홉 산지인 야키마벨리에서 수확한 다양한 홉으로 총 6가지의 드라이 홉 IPA를 선보였습니다. 저는 그 중 네가지 맥주를 맛보았는데, 모두 리터당 24g의 어마어마한 홉이 들어간, 홉 향 뿜뿜하는 멋진 맥주들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맛본 것은 로랄(loral)홉을 사용한 IPA입니다. 2003년부터 육종을 시작한 홉으로 프랑스 계열의 홉과 너겟을 교배해 유럽 홉 느낌이 난다고 합니다. 라구니타스 등 여러 브루어리에서 시험한 후 2016년 시판한, 비교적 새로운 홉입니다.
부담스럽지않게 가벼운 쌉쌀함에 재스민,장미 향이 났어요. 은은하게 차향과 비누향도 나고요. 전형적인 유럽 홉의 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흔히 라거 맥주를 만들때 쓰는 체코나 독일 홉 대신 개성 강한 라거 계열 맥주 만들 때 좋을 것 같아요.
<요리와 맥주 페어링1-여주와 돼지목살 볶음>
사실 IPA라는 말이 코딱지만하게 써있어서 처음에는 쓴맛이 적은 뉴잉글랜드IPA 스타일의 맥주인 줄 알고 쌉쌀한 여주와 돼지목살 볶음을 준비했습니다.하지만 덕분에 IPA의 쓴맛과 함께 여주의 쓴맛이 폭발하는 강렬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돼지고기와 파프리카에 여주의 쓴맛이 은은하게 베어 느끼하지 않고 좋았다고도 할 수 있네요. 그렇게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두번째로 맛본 맥주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브로와 치눅 홉을 사용한 IPA입니다. 포도와 구아바 등 가벼운 열대 과일향이 나면서도 너무 농후한 향이 아니라 여름과 잘 어울렸어요.
<요리와 맥주 페어링2-망고 처트니를 곁들인 양고기 스테이크와 쿠스쿠스>
망고 1개에 카레 가루를 넣고 살짝 졸여 망고 처트니를 만들고, 클래식한 조합인 양고기 스테이크, 민트소스와 함께 먹었어요. 여기에 뜨거운 물에 불린 쿠스쿠스, 생 표고버섯 슬라이스, 토마토, 라임즙, 소금, 토마토를 곁들였습니다.
민트 소스와 먹으니 가벼운 민트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양고기와 드라이홉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소위 미국 '크래프트 맥주'특유의 열대 과일향은 미국에서 재배한 홉이 가진 특징인데요. 이런 미국홉의 대표 주자인 심코와 시트라를 넣은 IPA를 마지막으로 마셨습니다.
시트라는 시트라했습니다. 아주 잘익은 천리향같은 느낌에, 레몬같은 산뜻함이 느껴집니다. 맥아 단맛이 마치 조청처럼 느껴졌어요.
심코는 맥아와 홉의 쓴맛이 뒤엉켜 쌍화탕을 살짝 섞은 오렌지주스같은(?!) 당크한 맛이 엄청 강했는데, 과일향도 과일향이지만 심코 홉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풀 향과 후추 향이 강해 의외였습니다.
<요리와 맥주 페어링3-동남아식 망고 골벵이 무침>
페어링: 열대과일 향이 풍성한 맥주와 망고를 넣은 골벵이 무침. 섬세한 맥주맛을 살리기위해 너무 맵지 않게 양념하는 대신 코코넛맛 과자와 피시소스, 골벵이로 감칠맛을 살린다.
망고: 실란트로, 소금, 레몬즙으로 양념 합니다.
골벵이 무침: 피시소스, 라임즙, 설탕에 무쳐줍니다.
국수: 소금물에 간간하게 삶은 후 피시소스, 고추장 1ts, 설탕, 라임즙, 갈은 땅콩, 물 약간 넣어 소스 만든 후 버무림.
코코넛과 허브향이 살아있는 동남아스타일 과자를 약간 뿌려줘요.
시트라 심코의 과일향과 망고의 향이 잘 어울렸어요! 하지만 맥주의 과일향이 약간 죽는 것 같은 아쉬움은 있네요. 생과일 보다는 갈은 과일이나 과일 주스를 소스에 약간 넣어주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망고처트니처럼 익혀서 과일 향을 살짝 줄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맥주를 구입한 보틀샵에서는 여전히 심코, 시트라, 모자이크와 같이 최근 몇 년동안 인기를 끌었던 홉을 사용한, 오랜지, 자몽,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향이 풍성한 맥주가 가장 잘 팔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랄이나 사브로같은 새로운 홉을 사용한 맥주에 더 관심이 갔던 클라우드워터의 2018년산 홉 IPA 쇼케이스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홉 재배가 시작되고 있는데, 한국의 토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홉 향은 어떤 것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되는 맥주였습니다. 클라우드워터의 맥주는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지만, 드라이홉을 많이 한 맥주는 신선할때 가장 맛있어요. 굳이 수입산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한국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뉴잉글랜드 IPA'나 '드라이홉 IPA'같은 맥주를 마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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